자금줄 끊겨 힘겨운 상황 더 악화…규제 혁파ㆍ엔젤 투자 확대 시급

스타트 업을 비롯한 게임업체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쪽 끝마을에선 벌써 벚꽃 소식이 들려 오는데, 게임계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한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게임계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 어두운 그림자의 그늘이 너무 짙다.

시장의 판도가 달라진 까닭도 없지 않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가 어려우면 내일을 준비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시장이 회복되면 앞서 준비한 투자를 회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산업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순환주기의 핵심이 되는 자금줄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엔젤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 자금은 지난해 약 4천 여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게임계가 이 지경이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거품이 빠진 것일까, 아니면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산업계의 처지를 투자자들이 다 알아 차림으로써 매력이 상실된 때문일까.

게임계가 정부의 역할을 때 아니게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처지가 녹록치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게임계는 그간 정부로부터 수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자신들 스스로 성장해 왔다고 말해 왔다.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면 정부가 제도권을 위해 깔아놓은 통신 인프라 이용이 고작이란 것이다. 그만큼 제도권의 도움 없이 성장 해 온 곳이 게임계이다. 하지만 지금은 업계의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솔직히 민간 차원의 자금줄이 끊긴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그래도 버틴 것은 게임계의 자존심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시장이 않 좋을 때 투자를 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하겠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중국 게임시장이 해빙됐을 때의 경우의 수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 가는 닭 쫒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격이 아니라 도리어 그들에게 우리의 안방을 송두리째 내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위기 촉발의 텐센트의 수장 마화텅(馬化騰)이 여전히 건재해 있고, 한때 세계 10대 그룹 시총가에서 등외로 밀려났던 텐센트가 다시 10대 그룹안으로 랭크된 것은 중국 게임시장이 침체기에서 다시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청신호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어느 순간, 꽉 막아 버리기는 하지만, 해빙의 시기라도 된다 싶으면 마구 풀어 버리는 게 또한 그들의 속성이고 보면 이같은 흐름을 절대로 놓쳐선 안되겠다는 것이다.

게임계가 힘겨워 하는 것은 오직 경색된 자금 흐름 뿐 아니다. 끄떡하면 흔들어 대는 각종 규제 정책 등 진흥과 거리가 먼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결국에는 이런 것들이 자금의 흐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제도권의 부정적인 시선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국제 보건기구(WHO)에서 추진 중인 게임중독 코드 도입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생각없는 일갈과 반응이다. 이 사안은 아직 총회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게임중독과 관련한 코드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강력히 반발, 사안 채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생뚱맞게 , WHO의 의결이 이뤄지게 되면 즉각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당치않은 언급이다. 일각에선 그의 발언에 대해 국회에서 나온 정치적 수사 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는 있으나, 그의 가벼운 입술에서  나온 언급은 게임계 안팎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이 사안은 사실 이렇다. WHO에서 게임질병 코드를 새롭게 도입한다 하더라도 즉시 시행하는 강제 조항은 아니다. 바로 시행해도 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미뤄서는 절대 안되는 그런 것 역시 아니다. 각국의 보건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고위 관계자는 WHO에서 결정하면 바로 시행하겠단다. 해당 부처의 고위 관계자의 발언치고는 아주 경솔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업계가 우려하고 절망하는 것은 또 있다. 그동안 게임계에서 큰 관심을 보여온 정부의 게임 샌드박스에 특별히 읽혀질 내용이 없을 것이란 얘기가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게임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그들을 절벽에 밀어 넣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지금 게임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게임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계속 틀어 막겠다는 것이다.

게임계는 이미 2006년 빚어진 ‘바다이야기 사태’를 통해 학습 효과를 톡톡히 경험했다. 그 것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다들 숙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계를 믿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문화의 강둑이 무너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이젠 정부 차례다. 이 시점에서 일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다른 한편으론 엔젤 투자 유치 방안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게임계가 봄맞이를 준비할 수 있다.

그 것은 무엇보다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스타트업과 게임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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