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이 말은 커지기 전에 처리했으면 쉽게 해결됐을 일을 방치해 뒀다가 나중에 큰 힘을 들이게 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스스로의 행위를 자조하거나 남을 지적하는데 쓰이는 등 결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최근 게임을 둘러싼 정부 정책 등을 보면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게임마이스터고, 게임전문학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 혹은 간단한 규제 철폐 등으로 쉽게 이룰 수 있던 차세대 게임인력 양성을 시기를 놓쳐 큰 세금을 투입해 가며 운영해 나간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 오는 7월부터 열리는 게임전문학교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새 지원사업으로 25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또 내년부터 운영되는 게임마이스터고의 경우 문화부의 예산지원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게임인력 육성을 위해 결코 작지 않은 나랏돈이 사용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차세대 게임인력 육성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사용하기에  앞서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이미 충분한 게임인력 양성이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주전자닷컴 등에 대한 자작게임물 서비스 금지 통보 등이 그 예로 꼽힌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잘 자라는 게임 개발 꿈나무 텃밭을 탁상행정으로 부쉈다는 것이다. 갑자기 세금만 쏟아 붓는다고 게임인력이 버섯처럼 쑥쑥 자라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그간 정부가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이며 ‘악의 축’처럼 몰아가지만 않았어도 자녀의 게임관련 직종 선택을 반대하거나 기피하는 모습 등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게임을 하면 뇌가 붓는다느니 살인을 유발하느니 하는 말이 공공연히 TV에서 나오는데 누가 관련 일을 하겠냐는 말이다.

사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직도 만연한 상황이다. 해당 인식 제고와 규제를 먼저 철폐하지 않는다면 정부 주도의 게임인력 육성은 그야말로 반쪽자리에 그치며 별 실효성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해소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처리하지 못해 향후 게임인력 육성을 위해 수 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할 것이란 소식을 듣진 않았으면 좋겠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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