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ㆍ허리 사라져…중국업체 안방공략 '점입가경'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게임업계 ‘빅3’로 꼽히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업체들과 몇몇 중견업체들의 활약에 힘입어 외형적으로는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 

내수 위기를 수출로 극복해왔던 게임 업계는 중국 판호 장벽에 막혀 몇 년째 세계 최대 시장인 대륙 수출 길이 막히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내수 시장을 무차별 폭격 중이다. 이에 게임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업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대다수 중소게임업체들은 설자지를 잃어 가고 있다. 게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에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지금으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9% 성장한 14조 53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핏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년간의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이후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0.6%를 기록했던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2018년은 6.5%, 2019년 3.9%, 2020년 2.4% 등 해마다 성장 폭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모바일 성장률 한자릿 수 '급락'

최근 게임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모바일 게임 역시 지난 2017년 이후 빠르게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다. 2017년 43.5%에 달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률은 다음해인 2018년 7.8% 성장에 그쳤다. 2019년과 2020년의 성장률은 작년의 절반 수준인 각각 4%, 3.7%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PC온라인게임의 경우 매년 3~4%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2017년 4조 5409억원을 기록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20년에는 3조 9836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 둔화는 국내 게임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던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러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입장에선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점은 비관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빅3 매출 6조 돌파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도 대형 업체들의 경우 유명 판권(IP) 활용 대작 및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 업체들은 오히려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폭이나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매출이 일부 대형업체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게임업계 양극화로 인해 지난 2012년 1만 6000여개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게임업체는 2016년 1만 2000여개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향후 전망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게임시장은 갈수록 사상누각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게임 빅3의 작년 매출 총합은 6조 266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게임시장 규모가 13조 9904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게임시장 규모에서 이들 3사가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다수의 중소업체들은 전년동기 대비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중소업체들의 실적부진은 다시 연구개발 부진 등으로 이어져 흥행 신작 부재라는 악순환을 이루고 있다. 업계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견 및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중국 게임 등 외산 게임들에 내수 시장을 쉽게 넘겨주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다수의 외산 게임들이 주요 마켓 중위권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외산 게임 특히 중국 게임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지키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자율규제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선정적인 광고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해당 문제를 국내 업체들이 일으킨 경우 큰 처벌이 이뤄지는 편이나 해외업체의 경우 처벌 수단이 마땅치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국내 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중국 판호장벽 여전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이 장려되고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분한 유통라인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대형 업체의 경우 이를 실현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업체들의 경우 어렵다는 것. 특히 글로벌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이 여전히 막혀 있어 해당 시장을 배제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하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중국 진출 문제는 국산게임에 대해 판호가 발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영상, 출판물 등 문화 콘텐츠를 출시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일종의 심사다. 지난 2017년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 조치 이후 현재까지 판호를 발급받은 국산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중국 진출길이 막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국 게임산업 규제에도 나섰던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게임에 대한 판호(내자판호) 발급을 시작한 것. 이와 관련해 앞서 업계에서는 내자판호 발급 이후 국산 게임 등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 역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약 500여개의 판호가 발급되는 동안 국산 게임은 단 한 작품도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신작 게임에 대한 판호 심사를 접수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존 판호 심사 접수가 이뤄진 국산 작품들은 물론 향후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하는 국산 게임들 역시 출시 일정이 크게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의 경우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그다지 크게 두각을 내고 있지도 못한 상황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 ‘서머너즈 워’ ‘배틀그라운드’ ‘킹스레이드’ 등 일부 작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전체 규모로 살펴볼 경우 여전히 우리 업체들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2018년 연간호)’에 따르면 작년10월 기준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글로벌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글로벌 10대 게임업체 중 국내업체는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살펴본다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 시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면서 “게임업체들의 자체적인 노력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책 도입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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