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게임정책ㆍ법안 이대론 안 된다.

'확률형 아이템' 제도 개선 의지 실종 ... 산업 육성책도 기대에 못미쳐 

게임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진흥보다는 규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일부 과몰입의 확대 해석을 통한 중독 및 질병 프레임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무관심으로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게임을 두고 문화 콘텐츠 수출 산업의 일등 공신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게임계에 대한 대우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규제 정책에 대한 합리적 개선 요구가 통하지 않는 요지부동인 것도 문제이지만 업계가 기대하는 단비 같은 육성정책조차 부실하다는 것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올해 들어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발효됨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본격 시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실증특례) 또는 시장 출시(임시허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게임 업계가 제도권의 규제로 인해 발이 묶이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성토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같은 게임 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단으로 규제 샌드박스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이중ㆍ삼중 발묶여 고사위기

게임 업계는 셧다운제를 비롯한 과몰입에 대한 규제가 복잡하게 작동해왔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웹보드게임 규제 등 이중삼중의 제약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도 계속되는 추세다. 이는 앞선 사례와 같이 업계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형태의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 업계는 기존의 온라인, 모바일뿐만 아니라 e스포츠를 비롯,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규제보다는 육성 및 진흥 정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는 여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등에 대한 업계 우려도 높지만 진흥 법안의 통과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존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라 주류로 자리매김한 모바일게임은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법안이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민주당)은 획득 확률이 100분의 10 이하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물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분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 분류뿐만 아니라 세부 아이템 구성과 확률의 공개를 강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청소년 이용불가로 제재하게 된다면, 또다른 셧다운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대로 된 실효성 검증 없이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씌워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청소년 유저층을 분리하는 작업을 비롯한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확률 조정 없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선택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우택 의원(한국당)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뽑기에 대한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한다.

정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개정안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비중이 극히 적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웅래 의원(민주당)은 게임의 사회문화적 기능 및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또 비영리 목적의 실험적인 게임일 경우 등급 분류를 면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게임법에서는 실험적인 비영리 게임이더라도 의무적으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는 게임 업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 및 새로운 도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발자들이 등급 분류 과정에 필요한 서류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사후심의 체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문화부와 4차산업혁명 위원회는 게임 콘텐츠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다.

# 청소년 대상 규제 과도

또 한편으론 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청소년 이용 불가 요소가 심할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게임의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동섭 의원(국민의당)은 게임 서비스 중단 며칠 전 급작스럽게 공지만 하는 사례를 막는 이른바 ‘먹튀 게임 방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게임 업체가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앞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지해 유저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게임 업체들이 서비스 종료에 따른 환불 절차로 들어가는 비용이 1000만원 이상일 경우 구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PC방 사업자에 대한 보호 법안도 계류 중이다. 유동수 의원(민주당)은 업주가 신원확인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청소년을 오후 10시 이후에 출입시켰을 경우 처벌을 감경 혹은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청소년을 사주해 출입시간을 위반하도록 하는 악용 사례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는 취지다.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은 허위 및 불법 게임 광고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일부 외산 게임들의 지나치게 선정적인 광고나 광고 내용과 실제 콘텐츠가 다른 사례들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불법 프로그램과 사설 서버, 환전 광고에 대한 규제 개선안도 내놨다. 현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민경욱 의원(한국당)도 게임 광고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미리 게임위로부터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확인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광고 사전검열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할 게임위의 인력 및 예산 측면을 고려하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 쏟아지는 한건주의에 '몸살'

또 정작 가장 문제가 되는 외산 게임의 불법 광고의 경우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게재되기 때문에 제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종성 의원(민주당)은 VR 게임물의 등급 분류와 안전기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VR게임의 정의 및 기술개발사업의 추진근거를 마련하고 VR게임물 활성화 및 기술개발 촉진에 기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VR 게임의 등급 분류 등 안전기준의 법적 토대를 마련해 VR게임이 안전하게 이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토록 하고 있다.

임 의원은 이 개정안에 대해 VR 콘텐츠 게임이 등장해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현행법상 법적 정의가 없어 활성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업의 불확실성과 상용화 문제로 주요 게임 개발업체들의 가상현실게임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임법 개정뿐만 아니라 정부의 육성 및 진흥 정책도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여에 걸쳐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이 심의 및 의결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5G 시대와 맞물려 게임 콘텐츠의 변화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비춰보면 규제뿐만 아니라 진흥책은 점차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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