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유일하게 톱5 달성…규모 키우고 시장 개척하며 도전해야

'BTS'가 전세계 음악시장을 강타하며 '문화한류'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가는 곳 마다 연일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며 세계 각국의 열성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는 기적과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10대일 때만 해도 우리나라 가수들은 팝송을 번안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어른들은 트로트 음악을 즐겨들었는데 청소년들에게 그 음악은 시대에 뒤떨어져 외면받은 반면 외국 가수들이 부른 팝송은 때로는 신나고 때로는 감미롭게 다가왔다.

그 이후 70-80세대에 들어서면서 포크송이 유행했고 우리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들이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양희은 등 당시 대중음악계를 웃고 울렸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당시의 포크송은 팝송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엘리트 청년들은 팝송 한두곡은 멋들어지게 불러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포크송은 국내에서만 불리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HOT' '빅뱅' 등 보이그룹, '핑클' '소녀시대' 등 걸그룹 등 아이돌이 급부상하면서 음악계의 지형도 완전히 달라졌다. 연예기획사가 아이돌 그룹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음악계에선 팝송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면 우리가 직접 만든 노래와 춤을 즐기게 됐다. 이때부터 우리 아이돌그룹의 노래는 '한류'의 선봉장이 되었고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싸이와 'BTS'는 이러한 역사적인 기반 위에서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새삼스럽게 우리 음악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것은 지금의 게임시장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진단해 보기 위해서다. 과거 우리 게임산업도 음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80년대만 해도 국산게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본산 아케이드와 콘솔게임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서 국산 PC패키지 게임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고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가 시비스되면서 비로소 국산게임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것이 불과 20여년 전 일이었다. 

최근 한 시장조사기관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넷마블이 전 세계 퍼블리셔 순위 5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업체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전세계 상위 퍼블리셔 어워드(TPA 2018)’ 50개 업체 중 넷마블, 엔씨소프트, 게임빌, 펄어비스, 카카오, 더블유게임즈 등 한국 업체 6개사가 선정된 것이다.

넷마블의 제외하면 나머지 업체들의 순위가 낮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18위, 게임빌이 31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펄어비스와 카카오, 더블유게임즈가 각각 44위, 45위, 46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 업체들은 중국과 일본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했고 뒤 이어 동남아에 진출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글로벌 게임시장은 수년전만 해도 블리자드, EA, 닌텐도 등 전통적인 강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아직도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직도 우리 업체들이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넥슨 인수전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세계 게임계의 구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넷마블이나 카카오 등 우리 업체가 인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의 위상이 더 높아지겠지만 외국 업체들이 인수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2등 국가에 머물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업체들의 글로벌 위상이 아직도 한참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덩치를 더 키우고 시장을 더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수년 전 넥슨이 엔씨소프트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두 업체가 협력해 글로벌 퍼블리셔로 도약해 보려는 야심찬 도전이 시도됐지만 결국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 끝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평가되지만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의도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가 지금 다시 찾아왔다. 

현재 국내 게임 업체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그리고 넥슨 등 빅3라 할 수 있다. 넥슨의 인수라는 큰 변수가 생겼지만 그 결과에 상관 없이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톱 10 퍼블리셔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퍼블리셔 톱10에 겨우 한 업체만 포진했지만 수년 내에 두세개 업체들이 톱10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싸이와 'BTS'가 세계 음악시장의 메카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BTS' 못지 않은 큰 성공을 거둘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일이 이뤄지기 위해선 꿈만 꾸는 것으로는 안된다.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좌절도 있겠지만 끊임 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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