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과의 만남 성과 있었나
[데스크칼럼] 대통령과의 만남 성과 있었나
  • 김병억
  • 승인 2019.02.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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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달라진 위상 보여준 자리…근본 정책변화 없으면 무용지물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을 비롯한 IT 관련 대표들을 청와대에 불러 감담회를 가졌다. 김 사장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것도 한달 만이니 꽤 자주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달 전에는 백여명의 경제계 대표들과 함께 해 문 대통령과 직접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이번엔 십여명의 극소수 인사들만 초청받아 꽤 심도있는 대화가 오갔다. 이것 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게임이라고 하면 코 흘리게 청소년들의 돈을 뜯어가고, 중독성으로 학업을 망치게 만들고, 사행성으로 패가망신하게 만든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직접 게임업체 사장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김택진 사장을 간담회장에 부른 것은 공인으로서의 입장과 개인으로서의 입장 모두 반영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평소 게임에 대해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문 대통령이 게임의 산업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해 이번 간담회에 게임업계 대표를 초청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인 위상이 그만큼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업계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과거처럼 제왕적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아닌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해도 말단에서 이를 실행하는 공무원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대통령이 게임인들을 만나 하는 말들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로 끝날 수도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왜 우리나라에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없나'라고 한마디 지적하자 정부가 나서서 콘솔게임기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의 한계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의 관심도 이처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뿌리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뿐만 아니라 실무를 책임지는 장관 이하 공무원까지 모두 달라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 게임산업과는 '계륵'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골치 아파서 과장 자리에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떠맡게 되면 1년을 채우기 무섭게 다른 곳으로 피해버린다. 이렇다보니 정책의 연관성도 없고 꼭 필요한 정책들도 흐지부지 시간을 끌다가 소리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게임인들이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업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일선 공무원들이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주는 진정한 서포터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게임에 대해 지원보다는 규제하고 감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게임산업진흥법'은 그 내용을 보면 진흥보다는 규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지금도 성인들까지도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웹보드 게임 결제한도를 규정하는 등 과거의 부정적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중국은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에서 우리를 발 아래로 깔보는 강국으로 성장해 버렸다. 그들은 규제 보다는 성장을 우선시 하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규제에 나선다. 

물론 우리 게임업계도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은 우리 업계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 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사회를 위해, 미래 경제를 위해 과감히 나서야 한다. 이만큼 성장했으면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우군을 많이 만들고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게임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달라질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번처럼 급하게 만들어진 반짝 이벤트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례적인 모임에 당당히 참석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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