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개발 신세계 개척…부정적 인식 있지만 산업발전 1등 공신

넥슨에 의해 선보인 ‘바람의 나라’가 발표된 것은 1996년 4월께였다. 유명 만화 작가인 김 진의 동명 작품인 이 게임은 머드 중심의 게임 판도를 그래픽으로 바꾸는 등 게임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작품의 중심에는 송 재경이란 걸출한 개발자가 숨어 있다. KAIST 출신의 그는 같은 대학원 출신인 김 정주와 넥슨을 창업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그는 이미 주변에서 빼어난 프로그래머로 정평이 나 있었다. 창업에 나선 김 정주가 그의 그런 점을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송 재경에게 새로운 장르의 게임 개발이란 과제를 던졌고, 송 재경은 기꺼이 이를 수락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람의 나라’였다.

송 재경은 상당히 이상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예술적 집념 또한 고집스러울 정도였다는 게 그를 아는 주변사람들의 평이다. 그런 그의 작품을 조율한 것은 다름아닌 CEO 김 정주였다.

여기서 논란의 불씨가 튀어져 나온다. 그 하나는 송 재경의 의지대로 ‘바람의 나라’가 만들어져 서비스됐다면 과연 어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오래가지 않아 종료됐을 것이란 시각과 그렇지 않고 더욱 더 예술적 작품으로 진화했을 것이란 견해가 그 것이다. 어찌됐든 현실적 상황을 견뎌내지 못한 송 재경은 넥슨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연을 맺지 않게 된다. 김 정주는 넥슨을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기업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쏟았고, 송 재경은 예술성 있는 게임 개발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넥슨이 국민 기업이라고 한 데 대해 여러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오로지 돈벌이에 급급한 넥슨에 대해 ‘돈슨’이 아닌 미국 유명 배급사인 월트 디즈니에 비교해 언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많았다. 더군다나 월트디즈니는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준 기업인데 반해 넥슨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맞다고도 볼 수 없다.

솔직히, 일각에서 평가하는 것 처럼 월트디즈니의 색깔이 오로지 하얗다고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랗다거나, 검정색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전적으로 그렇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굳이, 여기서 넥슨 편을 들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그래픽 베이스의 온라인게임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또 이같은 게임 개발의 경험은 상용 온라인 게임의 원조인 ‘리니지’ 개발로 연결돼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됐음을 부인키 어렵다.

넥슨이 ‘돈슨’으로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메이플 스토리’는 횡스크롤 장르의 게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1억8천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고, 지금도 청소년층에선 가장 인기있는 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캐릭터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결정적인 흠은 이른바 ‘노가다’로 불리는 게임내 업데이트 사역이 의외로 많다는 것인데, 유저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문이다.

그렇지만 전체 이용가 게임 가운데 게임 팬들로부터 이처럼 사랑을 받아온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평가는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또 ‘메이플 스토리’를 퍼블리싱한 넥슨이 그처럼 게임에 대해 연구하지 않았다면 게임내 캐릭터의  ‘원소스 멀티 유즈’란 개념 도입은 아주 한참 뒤에 공론화되거나 실현됐을 게 확실하다.

넥슨의 시험적인 시도를 통해 게임계의 궤도 수정을 이끈 작품은 또 있다. ‘퀴즈 퀴즈’란 게임이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퀴즈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게임이다. 그런 게임 구조 때문인지 시장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게임의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이 부분 유료화는 정액제로 고착화된 게임 결제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안겨줬으며, 당시,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임업계에 단비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계의 역사는 짧게는 20여년, 길게는 60여년으로 보고 있다. 가깝게 보는 이들은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고, 멀리 보는 이들은 아케이드 게임의 연보까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1백년하고 반세기를 더할 즈음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화의 그것과는 빗댈 수가 없다. 하지만 김 정주와 같은 CEO형과 송 재경과 같은 개발자 형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싸우며 이룬 결과가 대한민국 게임의 역사다.

한쪽에선 게임의 예술을 논하고자 하지만, 그 것은 현실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또 한편에선 '황금궤'를 추구하고자 할 수 있지만 그 것으론 유저들을 불러 모을 순 없다. 절충의 미학이다. 김 정주 형과 송 재경 형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게임인들의 자화상이자 현재 진행형의 모습이다. 한쪽으로 쏠렸다고 해서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게임계의 산물이고 역사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물 중심의 영화를 제작해, 고전을 면치 못해 온 월트디즈니가 돈이 되는 액션 활극을 만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책이 할리우드 픽처스와 터치스톤이라는 영화 제작사를 계열화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월트디즈니에서 감히 하지 못한 장르의 영화를 맘껏 찍고 찍어 흥행시장에 가세했다. 이들이 만든 작품 가운데는 폭력성으로 논란을 빚은 작품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월트디즈니와 비교하는 게 대단한 결례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넥슨의 손을 잡고 당신들은 국민의 기업이라며 감히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김 정주와 같은 CEO 형과 송 재경 같은 개발자 형이 상호 보완적 관계을 맺으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주도해 왔고 , 그런 그들이 만든 무대를 통해 때론 환호의 즐거움과 때론 한탄과 애증의 감정을 동시에 표출하게 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인이 걸어온 그 길을 보면 영화의 그것과 꼭 닮아 있다. 이젠 게임 차례다. 영화가 그랬듯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책임)의 길을 하나 하나씩 실현하는 것이다. 넥슨이 먼저 그 절차를 밟고 있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그 바통을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게임은 태생적으로 국민의 기업이란 또다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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