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의 매각 결정에 따른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국내 게임업체와 사모펀드 등 양대 진영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당초 넥슨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텐센트 등 외국계 기업들은 예상과 달리 한국 기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이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넥슨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는 KKR과 TPG, 실버 레이크 등 글로벌 사모펀드 등과 ,  넷마블, 카카오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모 펀드의 경우 그 자금 운용의 성격 때문인지, 업계로부터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수대상 기업의 성장과 발전보다는 펀드의 이익과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금의 성격으로, 실적을 좆아 본질적인 사업보다는 구조조정에 더 힘을 기울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자금은 장기 보유를 통한 이익 실현보다는 단기 차익에 더 적합하다는 측면에서 이번과 같이 롱텀에 의한 안목으로 가야하는 게임 기업 인수 합병(M&A)에는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에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 합리화 차원에서 넥슨 매각의 향배가 결정지어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컨대 넥슨 매각을 일반 M&A시장에서 다룰 게 아니라 업계의 조정을 거쳐 이뤄지는, 조금은 제한적인 매각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그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국내 게임업체들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일각에선 넷마블과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에 대해 넥슨을 인수할 경우 공룡 기업으로 재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 듯 하지만, 글로벌 경제 규모에서 보면 한국 게임업체들의 기업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닌텐도나 블리자드, EA 뿐 아니라 이제는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게임업체보다도 체급이 안되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때,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도원결의'를 맺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양사의 이익이 서로 반한 점도 있었지만, 그 것보다는 외국 게임업체들이 변방 취급을 해 온 한국 기업들이 M&A를 통해 시장 주류로 올라 서려는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견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M&A시장에 나온 넥슨을 인수하는 기업은 일단 규모로 놓고 보면 글로벌 게임업체로 발돋움할 게 분명하다. 게임업계가 피인수 기업에 대해 국내 게임기업을 꼽는 첫번째 이유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서다. 또 한가지는 넥슨은 누가 뭐라해도 유저들의 사랑을 흠뻑 받아온 국민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넥슨에 대해 '돈슨'이라고 부르는 등 비아냥 대기도 했지만, 그같은 부름에 담긴 속 뜻에는 그 기업에 대한 또다른 애정이 숨겨져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조금은 다른 사안이지만,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당시, 뉴욕 월스트리트가에는 한 때 소동이 빚어졌다. 미국 영화 최대 메이저인 월트디즈니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채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 회사는 일본의 유명 전자회사에 회사 지분을 넘기려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정가를 비롯한 시민 사회에서 강력한 저항과 반발이 일어났다. 미국인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준 기업을 다른 나라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월트디즈니의 지분 매각 계획은 결국 철회됐다.     

넥슨은 대한민국 대표 게임기업이다. 그런데, 그 기업이 이번에 뜻하지 않게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한민국 기업과 국민이 이를 품어야 하지 않을까. 꼭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도 그 것이 맞다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넥슨의 매각절차와 과정을 국민과 함께 진중한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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