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상 국내 자본이 인수해야" vs "문제는 자금동원력"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인수를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은 게임기업과 사모펀드사의 양대 진영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당초 넥슨 인수전 참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 외국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기대와는 달리 한국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키로 방침을 변경하는 등 이번 경쟁에서 일단 비켜 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내달 21일로 예정된 넥슨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일이 다가오면서 게임기업 및 사모펀드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넥슨 매각에 관심을 표명한 업체는 KKR과 TPG, 실버 레이크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게임기업인 넷마블과 참여 여부를 검토중인 카카오 등 5~6개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카카오측은 조만간 자문 투자사를 선정해 정식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넥슨 인수전 참여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측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넥슨 인수전 참여에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내부 조율을 거쳐 카카오의 합리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측이 계열 주요 사업을 일부 조정해서라도 넥슨을 품에 안겠다는 뜻으로 읽혀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카카오측은 검토중인 그룹 합리화 조치의 구체적인 플랜에 대해서는 "현단계에서 언급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측은 특히 넥슨 인수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 약 10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우려의 시선을 일축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의 유동 자산을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조9000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약 1조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카카오측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금융 부담으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선에 대해  카카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분석이라는 게임계의 지적도 있다. 게임에 관한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남궁 훈 카카오 게임즈 대표로 이어지는 라인은 사막에서도 물이 나오게 할 정도로 불리는 황금 콤비라는 것이다. NHN의 한게임과 오늘날의 카카오를 있게 한 인물이 바로 이 석우 전대표와 함께 남궁 훈 대표가 꼽히는 까닭이 그래서라는 게 카카오 주변사람들의 지적이다.

넷마블의 인수전 참여 선언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넷마블측은 넥슨 매각 검토 방안을 이미 두달전에 증권가를 통해 알고 있었으며, 이에따라 다각적인 참여 방안을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다. 넷마블측은 당초 이사회 등 고위층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국내 게임계의 생태계의 훼손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게 됐다고 31일 밝혔다. 

넷마블의 현 시가총액은 약 9조~10조원대. 하지만 기업 상장을 통한 유동성 자금이 의외로 많은 데다, 넥슨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프리미엄이 예상외로 크기 때문에, 인수 자금 동원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넷마블은 국내 최대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경영권 향배를 둘러싼 분쟁이 빚어졌을 때 방 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예상을 깨고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준 인연이 있다. 김 정주 넥슨 대주주와는 어찌보면 악연으로 불릴 수 있는 사건일 수있겠지만, 그의 과거 기업 운용 스타일을 반추해 보면 이를 그대로 연결짓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엔씨소프트의 인수전 참여 방안에 대해 불을 지피고 있으나 엔씨소프트측은 이에 대해 전혀 계획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넥슨 매각인수전은 외국계 투자회사인 칼라일과 KKR, TPG 와 글로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사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또 중국 게임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참여 가능성도 점쳐지기도 했으나, 텐센트의 경우  한국 게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입찰 참여 방안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독 입찰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게임기업들은 넥슨 매각 방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으나, 인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월트디즈니의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놓고 볼때 넥슨 매각에 따른 업계의 인수전은 국내 게임기업과 글로벌 펀드로 전개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펀드는 MBK파트너스로 알려지고 있는데, 현금 동원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곤 하지만, 과연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기업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이전, 미래에셋 사모펀드에서 의욕적으로 게임시장에 도전, 와이디 온라인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전개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사모펀드에 대한 게임계의 부정적인 시선도 이번 넥슨 인수전에 무시못한 요소다. 김 정주 넥슨 대주주가 넥슨의 산업적 사회적 의미를 가늠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계에서는 사모펀드의 경우, 오로지 이익 추구에만 매달려 산업의 선순환 기능에 역한 역할만 수행한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의 상징성과 이에따른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업이 넥슨을 품는 게 게임 산업과 사회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넥슨의 김 정주 대주주도 그부문을 유념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게임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넥슨 인수에 따른 승자의 저주라는 것은 드러나지 않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넥슨의 3분기까지의 실적을 보면 매출 2조 847억원에 영업이익은 9483억원에 달한다. 또 영업이익은 무려 45.4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기업을 품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기자 ejohn@thegames.co.kr, 박기수 기자 daniel8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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