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간 동일 이용자 조사가 이뤄졌다면…"흥미로운 데이터 축적됐을 것"

해마다 발표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는 게임에 관한 여러 영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와 종사자, 그리고 게임시장의 현황을 포함한 게임 산업의 정보들을 분야별로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게임시장 동향은 물론 게임 기술과 게임관련 법, 제도, 정책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게임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해 동안 게임계 전반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 흐름들은 어떠했는지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개인적으로 게임백서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은 게임이용자에 관한 내용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게임에 대해 어떠한 태도와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용자에 대한 정보는 산업적 차원에서 이용자의 관심과 취향을 가늠하고 시장의 동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관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차원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게임백서에서 게임이용자 조사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로, 현재까지 약 15년 동안의 자료가 축적된 셈이다. 각 년도별 조사결과들은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바로 직전 해의 게임동향을 담은 최신 자료였지만, 이 자료들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면 18년 동안 게임이용자들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가 된다.

실제로 2001년과 2018년의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면, 2001년 게임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분야는 PC 게임-온라인 게임-아케이드 게임-비디오 게임-모바일 게임 순인 것으로 나타났고, 2018년의 경우 모바일 게임-온라인 게임-PC 게임-비디오 게임-휴대용 비디오 게임-아케이드 게임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료를 통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변화다.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이 PC나 노트북으로 하던 일들의 상당수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면서 PC와 노트북 사용시간이 줄어든 것처럼,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더 확대되는 배경 속에서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을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즐기게 된 것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라 할 수 있다. 게임 이용자에 대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흐름이며, 그 구체적인 양상은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게임이용자 조사가 동일하게 유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문 대상, 인원 규모, 구체적인 질문들이 해마다 다르다보니 각 년도의 조사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연도마다의 경향 차이를 대략적으로 비교하는 정도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게임이용자에 대한 조사가 패널조사의 형태로 이루어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패널조사는 동일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다. 2001년부터 18년 동안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면 어떤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의 일상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었는지, 어떠한 플랫폼을 더 즐기거나 덜 즐기게 되었는지, 게임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는지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4년부터 게임이용자에 대한 패널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꾸준히 조사결과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발표된 조사결과 중 게임 과몰입 요인에 대한 분석결과는 대단히 흥미로운데, 게임 과몰입의 주된 요인은 자기통제 부족으로, 부모의 과잉간섭이나 대화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기통제능력을 저하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게임 과몰입을 병리적 관점이 아닌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향후 패널 조사 데이터는 다양한 분석과 해석을 위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공개되면 여러 관점과 질문들에 기초한 연구들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게 축적된 연구결과는 게임과 사람, 그리고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어떠한 질문과 관찰들이 이어질지, 그로 인해 발견하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짐짓 기대가 된다. 왜냐하면 그 결과들은 게임이 사람들의 삶에서 어떻게 동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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