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말뿐인 게임산업 진흥 약속, 이제는 지켜져야

과거 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 해군은 그다지 주목할 만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물론 당시는 ‘거함거포(巨艦巨砲)’의 마지막 세대였기 때문에 비스마르크함의 건조 역시 주목을 받을만한 상황이었겠지만, 스캐커플로 독일 대양함대 침몰사건 이후 독일의 해군력은 주변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칼 되니츠가 이끈 독일의 ‘유보트’ 잠수함 함대는 이 모든 수적인 열세를 이겨낸 것으로 후대의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보트 함대는 1939년부터 1941년까지, 3년 동안 평균 7척의 잠수함 운용으로 대서양의 연합군 함선을 있는 대로 격침시키는 전과를 올림으로써 초반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이에 대해 혹자는 초기 계획과 동일하게 300대의 유보트가 운영됐다면 나폴레옹도 실패했던 영국 봉쇄 작전이 성공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되지 못했다. 유보트 함대의 규모 확대와 육성을 약속했던 히틀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유보트 함대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서양 해전의 전투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심할 경우에는 대서양에 단 한척의 유보트만으로 전시상황을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유보트 함대는 대서양 전선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고, 영국군 최대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런 유보트의 위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위력과 함께 규모 면에서 우위에 서지 못한 유보트 함대는 물량을 기반으로 한 미국 등 연합군의 대 잠수한 대비책이 실전에 적용되면서 실질적인 위협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막판에는 유보트 함대에서 활용되는 암호 해독장치인 ‘에니그마’를 연합군이 해독하는데 성공하면서 승기가 완전히 꺾이게 된다.

장황한 유보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런 독일 해군의 자랑이었던 유보트 함대의 흥망성쇠가 요즈음 국내 게임 업계의 흐름과 이상하게 겹쳐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주도의 진흥책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치권의 행동은 진흥은 고사하고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국내 게임산업은 IT업계 붐이 불어오면서, IT업계에 대한 지원의 간접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특히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이렇다 할 진흥정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힘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정부 역시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을 약속하며 긍정적인 미래가 예고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나’라는 발언을 통해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언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게임산업은 국가의 차세대 킬러 콘텐츠’라는 발언을 통해 진흥책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정치권의 발언과 행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입으로는 산업적 가치를 인정하고, 진흥을 통한 부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보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게임규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 반대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국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고, 우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라이벌들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하고 있다. 특히 최대 라이벌로 평가되어 왔던 중국의 경우 시장 규모 면에서 이미 세계 최대시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말했던 대서양의 해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독일의 유보트 함대의 흥망성쇠를 상기한다면, 우리 게임계와 정치권이 나서야 할 방향에 대해 조금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에서 게임산업의 진흥을 추진한다면, 게임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정책과 경제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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