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대표, 재계 총수들과 어깨 나란히…과거와 달라진 위상 실감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은 정치인들과의 그 것보다는 매우 생산적이다. 회의를 마친 뒤, 나오는 발표문을 보면 대체로 선언적이거나 상징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긴 하지만, 기업인들로서는 그 만남 자체로 얻어지는 실익이 적지 않고, 청와대측 입장에서도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사회와 기업에 대한 소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주문했을 것이라는 추론아래 그 만남이 나쁠 게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문 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당사자인 재계 뿐만 아니라 휘청거리는 경제 때문에 고민하는 국민들에게도 큰 관심사로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게임계에서는 업계의 맏형격인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방 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참석, 과연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실, 게임계의 인사가 청와대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근혜 정부 초기, 게임계의 A씨가 청와대 리셉션장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등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런 자리가 있어 왔다. 하지만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이 재계의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부른 자리에 게임계 인사가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를 놓고 굳이 업종의 품격을 높였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를 부인하고 싶지도 않다.

게임계가 20여년의 성상을 쌓아오면서, 더 나아가 아케이드 게임 역사까지 포함해 50여년의 풍상을 겪어오면서, 일관되게 산업화의 기치를 내걸고 달려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늘날의 게임산업은 어둔 그림자만 드리워진 특정장르로 불렸을 게 분명하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20여년 출입하면서 느낀 소회는 무엇보다 장관이 잘 들어와야 부처가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실무 일은 전문 관료들이 담당하지만, 그 큰 줄기는 그래도 장관이 잡고 해 나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무직 장관과 관료 출신의 장관의 업무 처리 품결이 아주 다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정무직 장관 다음엔 관료 출신의 장관이 부임하곤 했지만, 어느 정권 때 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같은 원칙이나 관행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중요한 것은 장관이 부처 업무를 꿰차고 장악하고 있을 때에만 실패할 수도 있는, 그래서 상당히 위험 부담이 큰 정책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도장 찍는 데만 급급할 따름이다.

문 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같은 소신형 장관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책 추진에 있어 위험 부담이 큰, 다소 우려를 살만한 정책들이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문제의 법안의 개폐도 싫고, 새로운 제안 수용도 미덥지 않으며, 시대 정신에 맞는 정책 입안도 마다하는 장관들이 많다는 게 아닌가. 비약일 수 있겠다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고도 말하기가 그렇다.

그래서 대통령은 많이 듣고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눈과 귀를 열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손을 놓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모르는 것이 된다면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에서 대통령과 기업인이라는 새로운 대화 채널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더 활성화될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이를테면 형식같은 것은 벗어 버리고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그렇다면 게임계는 이번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적어도 제도권에 대해 게임이란 업종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게임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 손  치더라도, 그룹 총수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게임계와 그렇지 않은 게임계에 대한 대통령의 체감 온도는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엔 부처의 일방 통행식 결제 서류가 올라 왔다면,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 않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사안별로 꼬치꼬치 따져 묻는 등 현안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 정도만이라도 이뤄진다면 정말 됐다 싶지 않을까. 그러면 대통령과 장관의 대면 보고 역시 이런 식으로도 바뀔 수도 있겠다.

◇문 대통령= 게임계에서는 셧다운제를 폐지해 달라고 하는데...

◇여성가족부 진 선미 장관=그건 어렵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게임에서 벗어나 잠을 자도록 하는 수면시간을 줘야 하니까요.

◇문 대통령=게임계의 얘기로는 셧다운제 시행에 따른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요? 굳이 법안을 폐기하지 않고 고수하려는 이유가 그 것입니까. 혹 부처 이기주의로 비춰지지 않겠습니까?

◇문 대통령= 문화부 도 장관님? 꼭 성인들에 대해 게임 결제 한도를 법으로 명시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까.

◇문화체육부 도 종환 장관=그 것을 풀면 자칫 사행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문 대통령=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고 그동안 그리 해 왔으니까 관습적으로 무조건 안하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선진 시대 진입을 앞둔 정책 조율 방식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만남에서 얻어지는 것은 업계의 애로사항 등 민원 해결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 친숙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소통의 길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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