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산학협력단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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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게임과몰입 및 게임 장애 등에 대해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가시적인 발전 없는 상태의 혼란 상태에서의 무비판적 수용이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연구 책임을담당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의 제 11차 개정안에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 개최되는 세계 보건 총회에서 최종 승인이 날 경우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게임 질병코드화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재분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 경향성을 파악하고 향후 게임 질병코드화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연구진은 우선 해외 학술지에 대한 분석으로 SCOPUS기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게임과몰입·중독 논문들을 파악했다. 한국이 91개로 전체 국가별 논문 개수 중 13.4%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뒤로 중국 85개(12.6%), 미국 83개(12.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과몰입연구는 주로 의약학(47.20%), 사회과학(39.8%) 분야가 중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약학의 세부 분야 비중에서는 정신의학이 268건(6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뇌과학(6.7%), 신경과학(6%), 보건의학(5.1%) 등이 그 뒤를 이었으나 정신의학과 큰 격차를 보였다는 것.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심리과학이 61.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교육학, 미디어학, 사회학, 경영학 등이 상위 그룹에 올랐으나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논문의 과몰입 개념에 대한 입장을 조사해 본 결과, 대체적으로 많은 논문들이 과몰입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로서 과몰입 개념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성을 보였으며 과몰입 입장에 동의하는 연구결과는 68.6%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에 반대하거나 기타 의견을 제시하는 입장은 비동의·기타를 합쳐 16.7%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특히 한국(89.0%)과 중국(90.6%), 타이완(91.7%) 등 동아시아 권역에서 과몰입 개념의 전제·동의 비율이 높았다.

국내 학술지를 분석한 결과, 게임과몰입 원인 및 변인에 대한 논문이 115편으로 절반이 넘는 비중(53.5%)을 차지했다. 실태 및 특징 연구가 46개(21.4%)로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예방 및 개입방안 (23개, 10.7%), 진단 및 진단도구(13개, 6.0%) 등이 뒤를 이었으며, 중독 척도 개발도 총 9건을 차지했다.

해외 연구결과에서는 ‘원인 및 변인’이 34.1%를 차지한 반면, 국내에서는 53.5%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또 해외에서는 전연령을 대상으로 하고 각 연령대별 연구대상 선정이 고르게 분포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청소년 비율이 47%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

이는 국내에서의 과몰입연구가 청소년층의 문제임을 어느 정도 전제하고 진행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국내 연구들의 학문분야별 분류에서 교육학, 사회복지 등의 영역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연구에서 과몰입 및 중독에 관한 입장은 무분별한 수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85.9%의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향과는 달리 국내에서의 연구는 대부분 과몰입 개념을 당연시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이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 플랫폼·유형별 플레이 경험이 매우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르나 특정 게임을 지목하는 연구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게임·장르 자체에서의 중독의 원인이나 인과관계를 찾기보다는 연구 진행 당시의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를 무분별하게 채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MMORPG를 거론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다른 게임에 비해 MMORPG가 더 강한 중독성을 보인다는 언급은 없었다는 것. 특정 장르로부터 중독성을 찾는다기보다는 동시대의 보편적 게임 장르를 선택해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가 타 플랫폼 대비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게임을 중독의 대상으로 연구한 경우는 별로 없기도 했다는 것.

게임의 역기능적 요인과 병인에 대한 연구의 경우, 분석이 제한적이고 매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한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게임의 순기능적 요인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정교한 분류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결과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간 진행된 연구들의 게임 장애에 대한 학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학술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여전한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미국 정신의학 협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인 DSM-5에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된 후 5년이 지났으나 크게 변화한 것도, 보다 분명해진 것도 없는 상태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어떤 과정을 거쳐 ‘ICD-11’ 초안이 작성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입장이다. 학술적 연구가 ICD-11을 유도했다기보다는, WHO의 (정치적) 결정이 학술담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서는 문화적·사회적 맥락 등 타 학문영역과의 연계를 통해 보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 게임과몰입 이후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새로운 사회적 현상의 이해를 위해 다양한 학문영역의 활발한 상호작용 및 편견 없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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