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게임규제에 낙담한 듯" … 업계 아쉽다는 반응

제주 NXC 본사 전경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최대 주주인 김 정주 창업자가 최근 넥슨의 모든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측은 확인해 줄 게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 복수의 소식통들은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넥슨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이미 도이치 증권과 모스탠리를 지정해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김 창업자가 주요 기업들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 당시, 막후에서 일정역할을 해 온 기업들이다. 또 이들은 다음달 예비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나, 현실적으로 매각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쪽에선 넥슨 관련 기업이 약 10여개사에 이르고, 지주 회사격인 NXC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약 10~1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에 이르는 회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설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파악하고 있다. 일단 외국기업으론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미국의 블리자드 등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텐센트의 경우 중국 정부의 강한 견제로 움직임이 더뎌 지고 있고, 알리바바 역시 전기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는 등 4차 산업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중국의 제3의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의외로 국내 게임기업들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없지않다. 업계에선 자금 운용에 여유가 있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금융기관과의 조율을 통해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넷마블은 증권 시장에선 고전하고 있으나, 상당한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있고,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글로벌 기업화에 특히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넷마블의 향후 향배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넥슨이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에 매각됐을 경우의 수다. 넥슨은 온라인게임의 장르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기업이다. 이를 본격 상용화에 성공한 첫 기업은 엔씨소프트이지만, 지난 1996년 '바람의 나라'를 선보여 온라인게임의 장르를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기업은 넥슨이다. 게임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상징성 역시  매우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고스란히 외국계 기업에 넘겨줄 순 없다는 게 국내 게임업계의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에따라 넥슨 인수전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국내 게임계에 대한 융통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룡 게임기업의 탄생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김 정주 창업자의 돌연한 입장변화에 대해 업계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간 김 창업자는 업계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일 만큼 게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평을 받아온 넥슨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가 자신과 절친한 친구와의 우정관계를 사건으로 비화시키고, 끝내는 이를 뇌물죄로 보고 소추한 검찰측에 크게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창업자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마음의 상처는 깊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 창업자가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고, 갈수록 게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대해 실망감을 표출, 이같은 기업 매각이란 초유의 결심을 하게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 김 창업자의 넥슨 매각 추진은 게임계가 처해 있는 현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면서 " 한마디로 안타깝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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