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화된 비즈니스 모델 벗어나 만들고 싶은 게임 만들어야

 

하루에도 몇 번씩 모바일 SNS나 메신저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게임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그야말로 게임의 홍수다. 게임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직업적인 의무감에서라도 가능한 출시되는 게임들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분석하려는 자세로 접근해서인지 예전에 신작 게임을 처음 접하던 때와의 느낌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결코 설레지도, 결코 긴장되지도 않는다. 그저 눈길을 현혹하는 현란한 느낌만 남을 뿐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의 재기 넘치는 시도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슴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쾌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학생들과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학생다운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보라는 점이다. 학생다운 것이 창의적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프로페셔널한 것은 창의적이지 않다는 말인가. 프로페셔널하다는 것은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보나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창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학생들보다 좀 더 창의적이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은 머리가 말랑말랑해서 창의적이고 현업에서 뛰고 있는 프로개발자들은 언제나 비슷한 게임들만 기계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현업의 개발자들이 학생들의 새로운 시도가 매우 신선하고 놀랍다는 평을 자주 한다.

과연 무엇이 학생들의 게임을 창의적으로 만들었을까.

10년 전만해도 필자는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 돈 낭비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영화 중 기다리는 작품을 미리 예매해 개봉 첫날 관람하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영화를 맛깔스럽게 잘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울고 웃고 감동받는다.

반면 게임은 영화와 달리 10년 전에는 국산 게임의 발매 일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뒤 지금의 국산 게임들은 영화와는 반대로 그 출시일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 게임인들은 게임을 참 맛깔스럽게 만든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없다.

왜 시장은 커졌는데 정작 게임의 내용은 발전은 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일까. 개발자들의 능력이 원인이라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시장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것 보다 어떻게 팔 것이냐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작금의 게임개발 현장에서 게임성과 작품성, 그리고 창의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분유료화 모델이 획일화된 게임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로 우리 게임 산업의 목을 죄고 있다. 대형 퍼블리셔들의 공식화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요구가 창의적인 게임개발사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고 눈과 귀를 막아 먹여주는 밥에만 집중하게 되는 고용인으로 전락하게 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무슨 창의적인 작품 활동을 기대하겠는가.

학생들이 게임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그 환경이 게임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개발하는 사람들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맛깔스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마케팅 비용의 차이에 의해 게임의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그런 시장이 아니라 게임 그 자체에 대한 평가에 의해 게임의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그런 시장이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게임을 창의적으로 만드는가. 더하거나 규제하는 것보다는 그저 게임 만드는 것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만들고 싶은걸 만들 수 있게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MTEC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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