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규칙 속에서 최적화 기술 습득

컴퓨터 게임의 구성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으로 하면 그래픽 요소, 시나리오 요소, 프로그램 요소, 사운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보다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게임의 추상적 구성 요소를 이해해야만 한다. 게임의 추상적 구성 요소는 자발적인 플레이어, 목표, 인공적인 규칙, 보상, 그리고 즉각적인 피드백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즉 게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타의에 의한 강제가 아닌 스스로 게임에 참여하는 자발적인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규칙은 플레이어들에게 행동의 제약을 주고, 반면에 규칙은 플레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즉 규칙은 게임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게임을 하는 어린이들은 게임을 통해서 규칙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즉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고, 반칙을 해서도 안 되며 만약 스스로 반칙을 하게 되면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로 버림받게 된다는 것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이것은 나중에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게임에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목표 설정을 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은 알지만 살아가다 보면 목표 의식이 헤이해지거나, 목표가 없이 학창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는 어른들조차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게임은 언제나 구체적인 목표를 제공한다. 슈팅게임에서는 생존이, 퍼즐 게임은 완성이, 레이싱 게임에서는 1등이, 어떤 게임에서는 공주를 구하는 것이 목표다. 즉 게임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공함으로써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청소년들에게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은연중에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게임의 정의와 게임학에도 잘 언급되지 않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비효율이다. 모든 게임은 비효율적이다. 골프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골프의 규칙은 멀리 있는 동그란 구멍에 딱딱한 공을 긴 막대기로 쳐서 집어넣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효과적으로 저 멀리 땅 위에 있는 구멍에 골프공을 넣어야 한다면, 손으로 들고 뛰어가서 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권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투 시합의 목표가 상대방을 쓰러뜨려서 열을 셀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대방 권투 선수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이다. 물론 권투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권투 선수들은 글로브를 끼고 아주 제한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몸을 가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렇게 비효율적인 규칙을 만들어놓고 게임을 하게 만든 것일까? 왜 사람들은 게임이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과연 재미 때문 만일까? 

게임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왜 바쁜 생활에 굳이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하는 것일까가 궁금한 사람도 많고, 그래서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도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비효율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비효율적인 규칙하에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경쟁을 통해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그 비효율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 왜냐하면 비효율적인 규칙이 있지만, 그 규칙내에서 최적화의 기술을 배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비효율적인 환경에서 조차도 효율을 찾기 위해 최적화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게임이 가진 ‘비효율의 미학’이며, 게임이 인류에게 중요한 이유이다.

[윤형섭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학교 게임대학장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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