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만 한빛소프트 부회장이 약 14년 만에 e스포츠계로 돌아왔다.  회장 부재로 인해 1년여 넘게  파행을 거듭해 온 한국e스포츠협회의 긴급 소방수 역에 그가 피선된 것이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약 5년간 협회의 전신인 21세기프로게임협회에서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빛소프트를 통해 e스포츠게임단을 운영하는 등 초창기 e스포츠 산업 진흥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게임계의 원로급이다. 그런 그가 14년 만에 다시 회장직을 맡아 컴백한 것 데 대해  한편 반가우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한마디로,  작금의 국내 e스포츠계의 처지가 예전과 달리 그렇게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 때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랑하며 글로벌  e스포츠계를 주도했던  우리나라 e스포츠는 최근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장르의 게임 대회를 찾아볼 수 없고,  선수들의 기량도 경쟁국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얇다란 선수층에다 게임단이라고 해 봐야 고만고만하다.  e스포츠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눈을 씻고 봐도 경쟁국이라고 꼽지 않았던 중국의  e스포츠는 종주국인 대한민국을 제치고 훌쩍 저만치 앞서 달려 나가고 있는 실정이 돼 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를 알고도 뒷짐만 져온 일부 e스포츠계의 인사들과 협회 임원들의 안이한 태도와 자세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한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회가 이전 집행부의 비리로 인해 사실상 난파선이 되고 말았음에도 불구, 정부는 손을 놔 버렸다. 물론 협회와 직접적인 책임 관계에는 있지 않다. 하지만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고 지휘 감시 감독해야 하는 정부측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는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아니다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계를 비롯한 재계를 잘 알고 있고, 그간  막후에서 e스포츠의 제도권화를 지원해 온 김 영만 전 회장이 이번에 다시 e스포츠계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김 회장이 가는 길이 결코 꽃길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신경을 써야 할 부문은 협회의 재정을 빨리 회복시켜 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렇다. 또 방송사와의 저작권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 나갈 사안이다. 방송 저작권 부문은 더이상 미뤄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종목별 프로 게이머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한체육회와 가맹단체와의 긴밀한 소통 재개도 이번 김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다시 이뤄져야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e스포츠의 정식 종목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e스포츠 재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일들을 모두 김 회장 개인 역량에 떠맡게 해선 곤란하다. 게임계 및 e스포츠 관계자들이 하나로 뭉쳐 그를 밀어주고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 땅에 떨어진 협회의 위상을 다시 되찾고,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을 재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것이 또 무거운 짐을 지겠다고 나선 원로 김 회장에 대한 e스포츠계의 예우라고 생각한다.

김 회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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