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게임마이스터고의 청사진
[데스크칼럼] 게임마이스터고의 청사진
  • 김병억
  • 승인 2018.12.1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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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설립 그 이후가 더 중요…창의적ㆍ전문적 인재 양성 필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게임도 처음엔 전문가가 없었다. 취미로 또는 일부 마니아들이 재미를 위해 만든 게임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상업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간 것이다. 

이러한 초창기엔 고등학교만 졸업한 아마추어들도 직접 게임을 개발하거나 업체에 취업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들은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웹젠의 창업자인 김남주씨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만든 '뮤'는 당시 최초의 3D그래픽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이후 회사를 떠났지만 지금도 이 회사는 글로벌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대표적인 게임업체로 자리잡았다.

또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한게임 등 초창기 게임업체를 만든 창업자들은 이과 출신의 개발자도 있었지만 문과 출신의 비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발자로, 또는 기획자로, 또는 운영자로 성공을 거뒀다. 

또 초창기엔 단 한명의 천재 개발자가 대작을 만들어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다. 그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거치면서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손을 통해서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창기엔 그와 같은 천재개발자들이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러한 인재들이 곳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그들은 게임 개발이나 운영과정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통사람들은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간단히 해결해 버린다. 이런 이유로 그들의 몸값은 보통사람의 몇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꼭 천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게임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천재가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평범한 개발자들이 시장의 니즈를 읽고 이를 충족시켜 나가면서 작품을 성공시키는 사례가 더 많다.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고등학교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이같은 필요성에 의해 지난 2004년 게임과학고등학교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 학교는 지방에 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초창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와 학계도 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며 오래전부터 이를 준비해 왔다. 그리고 최근 정부는 안양시에 위치한 경기글로벌통상고를  게임마이스터고로 선정해 2020년 개교하기로 확정했다.

게임마이스터고는 제조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마이스터고에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게임 분야를 추가하기 위해 만들게 됐다. 하지만 업계는 마이스터고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특히 게임프로그래밍의 경우 높은 학력을 요구하고 있어 마이스터고를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처럼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학교의 목표와 커리큘럼을 어떻게 짤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현명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현재도 수많은 대학에 게임전공학과가 있는 상황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한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업체들은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을 뽑기 보다는 몇년 간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을 선호한다. 그만큼 게임은 교과서를 통한 학습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창의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대학졸업자도 이러한 처지인데 고등학교만 졸업한 어린 사회 초년생들을 기업에서 채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대학 4년간의 배움도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고등학교 3년의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전문화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많은 한계를 극복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산업현장에 공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게임업계의 고졸신화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점을 정부와 학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바로 현장에 투입될 인재를 키우는 것과 함께 대학에 진학해 더 깊이 배울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운영방안이 나와주길 바란다. 또 기업에서도 게임마이스터고와 산학협력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특별채용해서 활용하는 방안도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와 학계는 게임마이스터고를 설립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 연구하고 준비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출범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학교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설립 이후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진로를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가 더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 나간다면 게임마이스터고는 많은 청소년들이 선망하고 또 그들의 꿈을 이뤄주는 산실이 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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