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게임대상 입상업체와 전격 오찬…소통과 격려의 자리 자주 만들어져야

한갓 시상식 불참을 놓고 일국의 장관을 질책할 사안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그런 모양새가 됐다.

도 종환 문화부 장관이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 불참으로 업계에서 논란을 빚자, 이 낙연 국무총리가 마치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시상식 입상자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불러들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총리가 국제 대회 입상자도 아닌 국내 경연장 입상자들을 총리 공관으로 불러, 이들을 격려하고 나선데 대해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얘기로는 ‘이영자’ 현상 때문에 현 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나름의 고육책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영자‘ 현상이란 현 정부가 이십대와 영남권, 자영업자들로부터 인기를 잃고 있다는, 다소 우스갯 소리의 조어인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먹혀들고 있다. 특히 20대로 상징되는 젊은층으로 부터 지지도를 크게 잃고 있다는 점은 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아주 뼈아프다 할 수 있다. 총리가 부랴부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같은 우려의 현상을 유념한 것이란 게 주변 안팎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 총리를 잘 아는 측근들은 이같은 정무적 판단보다는 순수한 산업육성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맞는 얘기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이 총리가 전남 도지사 시절, 틈만 나면 그가 들렀던 곳은 다름 아닌 서울 상암동에서 전남 나주로 자리를 옮긴 한국콘텐츠진흥원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곳을 통해 그가 문화산업에 대해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종종 게임의 경제 가치를 그 때 처음 알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 게임이 청정 아이템에 다 젊은이들의 고용 창출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게임산업에 대해 결코 문외한 이 아니다.

정확한 펙트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게임계에서 도 장관의 시상식 불참 논란이 빚어지자, 산업계를 위한 위무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한 것도 다름아닌 이 총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이날 오찬장에서 대화를 나눈 이들은 하나같이 이 총리가 게임 산업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아는 듯 했다는 데 동의했다. 의외인 것은 이날 주무부처 관계자 뿐 아니라 사회부처 인사까지 참석했다는 점이다. 모두 이 총리의 지시 때문이다.

이는 이날 마련된 오찬이 시상식 입상자들을 위한 뒷풀이 성격으로만 끝맺겠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입상자와 게임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과 인력 수급에 따른 게임계의 현안 등을 세세히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외딴 섬 같이 사회와 겉도는 게임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게임계가 사회를 위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총리는 게임계를 공관으로 초청해 위무도 하고 업계의 사회적 조력을 요청하는 일거양득의 양동 작전을 편 셈이 됐다.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지만, 내각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는 총리다. 문 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1년 7개월여 만에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부 부처의 김빠진 성장 동력 때문이란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부처에서는 개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복지부동일 뿐이다. 규제의 못을 뽑을 수 없고,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산하기관 및 관련 단체는 의외로 이같은 부처의 아주 느려 빠진 동선을 아주 선호한다는 것이다. 바꾸면 피곤하고, 불편하고 계산이 복잡해 지는 탓이다. 국민들로부터 당연히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총리가 최근 이같은 조짐을 간파하고 내각의 고삐를 단단히 죄려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날의 오찬도 그같은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 총리가 내각의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챙기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겠다.

총리가 못한 걸 장관이 뒤치닥거리 하는 것이면 몰라도 장관이 못한 걸 총리가 걷어 챙기는 것은 아랫사람 입장에선 매우 송구한 일이다. 또 오로지 한쪽만 지켜보는 총리, 한쪽만 기대하는 장관 역시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가장 좋은 모습은 장관이 알아서 업무처리를 잘 하고, 총리가 뒤에서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이 총리의 게임계 위무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게임계에 젊은이들이 많으니까 이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이 총리가 자리를 급조해 만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또 근무시간 및 일자리 창출 문제가 자주 불거지니까 게임계를 직접 불러 위무겸 단도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하지만 무엇보다 총리와 게임계가 산업 개황 이래 처음으로 조우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총리와 게임계의 오찬은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있다 할 것이다. 또 정부부처의 파장과 논란에 대해 이를 간과하지 않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총리실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나라 려왕(厲王)은 백성의 민원을 듣기 싫어했다. 왕을 비난하는 사람은 여지없이 감옥에 가두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소공(召公)이 려왕에게 입을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진언했다. 하지만 려왕은 소공의 얘기를 무시했고 폭정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자 소공은 물 흐르듯 백성의 소리를 그대로 두라 했지만 려왕은 듣지 않았다. 끝내는 민난이 일어나 려왕은 도망치고 말았다. 이 총리와 게임계의 오찬은 한마디로 정부와 게임계와의 소통이었고, 이 땅에서 당당히 산업 일꾼으로 일하며 숨쉬고 있는 게임계의 받아들임, 바로 그것이었다. 비로소 내각의 책임자가 그 소리를 인정했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엔 대통령과의 저녁만찬은 어떨까. 그렇게 해도 게임을 박대할까.

                                           뉴스 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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