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 수장이면 당연히 참석했어야…게임계에 자괴감만을 안겨준 것은 아닌지

어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상의 성격이 어떤 것이든, 주는 이가 있다고 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그 자리로 달려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받는 사람 뿐 아니다. 주는 이의 마음도 즐겁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옛부터 상을 주고 받는 날은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큰 잔치를 벌였다. 대회나 행사를 앞두고 각종 시상식을 치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엊그제께 부산에서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게임계의 연중 행사 가운데 가장 큰 이벤트인 지스타 개막을 앞두고 열린 행사였지만, 성격이 별개인데다, 정부가 사실상 주관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란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예상을 깨고 펄어비스의 ‘검은 사막 M'이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6관왕을 차지했다. 펄어비스는 앞서 온라인게임 ’검은 사막‘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기업으로, 개발과 투자에 힘을 쏟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요즘 일반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행태를 비취보면 아주 귀감이 될 수 있는 기업이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에 혈안이 돼 있는 정부측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강력한 육성 의지에서 탄생한 상이다. 당시 스포츠 조선 기자였던 임 태주(현 OGN e스포츠 국장)는 게임계의 마당발 기자였다. 그런 그가 필자를 찾아온 건 1999년 여름께로 기억한다. 그 때 전자신문은 매월 우수 게임을 심사해서 상을 주는 ‘이달의 우수게임’이란 제도를 정부에 제안, 시상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뜸금 없이 임 기자가 필자를 찾아와 ‘이달의 우수게임’을 확대 개편해 보다 큰 상이 주어지는 시상제도를 스포츠 조선과 공동으로 진행해 보면 어떻겠냐며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필자는 ‘그럼 대통령 상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했고,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문화부도 임 기자와 필자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현재 게임계에선 가장 권위있고 명예로운 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상과 훈장의 품격과 성격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훈장을 받을 수 없는 게임계의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그 상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진 게 아닌가 미뤄 짐작해 본다.

게임은 주지하다 시피 지금까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여부에 키를 쥐고 있는 국회의 가이드 라인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게임을 언급해 놓은 개정 법률안은 올들어서도 국회 문화체육위원회에 그대로 계류되는 등 방치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란 상은 게임에 안기는 가장 큰 훈장일 수 있겠다.

그런데, 그 같은 영예스런 상을 주고 받는 경사스런 자리에 호스트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의 대표가 격을 달리해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 종환 장관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상식에 참석치 않았다고 한다. 바쁜 정무 일정이 있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장관이 아닌 차관이 대리 시상을 한다는 것도 나쁘다 할 수 없다. 어짜피 대통령상인데, 장관이 와서 시상을 하는 것도 대리 시상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같은 무성의에 가까운 정부측의 움직임은 업계에 쉽게 포착되고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을 주는 형식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한다면 굳이 차관까지도 보낼 일이 아니다. 그저, 해당과장이나 사무관을 시켜 전달하면 그만이다.

상은 품격과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형식과 절차 또한 아주 긴요하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게임 산업을 전략화하고,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정책으로 밀고 있는 게임을 위해 노력한 산업인과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그렇다면 정부를 대표하는 수장이 당연히 자리에 참석해 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등 위무하는 게 도리다.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그렇게 됐다는 것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만의 하나, 대중 문화계나 예술계에서 그런 일이 빚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는 꼬박꼬박 출석 도장을 찍는 것 처럼 얼굴을 내 비취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 뒷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인가.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연 이태를 빠지는 결례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주무부처 장관부터 게임계를 그처럼 하대를 하니까, 여성가족부 등 사회 관계 부처 마저도 만만히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며 간섭을 하는 게 아닌가.

막말로 게임이 그렇게 싫으면 흉내만 내지 말고 손을 떼라는 것이다. 실적을 드러낼 땐 게임을 가져다 쓰고, 논란이 빚어질 땐 게임에 대해 한마디 말도 못하는, 카멜레온식의 처방전에 대해 게임계도 이젠 진저리를 치는 듯 하다. 더군다나 일자리 창출에 동분서주하는 정부측의 입장을 생각하면 경제 장관이 아닌 문화 장관이라도 현장에 나와 게임계를 격려하고 덕담을 남기는 게 도리가 아니었을까. 특히 이번에 상을 받게 된 상당수 업체들은 모두 일자리 만들기에 나름 기여해 온 기업이란 점에서 도 장관의 시상식 불참 결례는 이래저래 아쉬움을 주고 있다.

최근 문화부가 잇단 구설에 오르는 것이 도 장관의 정무적 판단이 흐려진 때문인지, 아니면 실무진의 안이함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도 장관 부임 이후 문화부가 주면서 욕먹는 사례가 예상외로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할 것이다. 왜 그처럼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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