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게임과 방송의 결합… 걸그룹 게임단 결성ㆍ음원시장 진출 타진

액토즈소프트의 걸그룹 e스포츠단 '아쿠아'

최근 게임 소재의 지상파TV 방송 프로그램이 새롭게 제작되는 등 방송가의 달라진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SBS의 유희낙락이어 MBC 비긴어게임이 방영되는 등 게임 전문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방송가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코드 중 하나로써 게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임 시장 규모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때문에 게임을 활용한 방송 포맷이나 콘텐츠 제작 등 새로운 시도 역시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최근 MBC의 게임 소재 프로그램 비긴어게임 제작을 지원하는 등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행보에 나섰다. 6인조 걸그룹 e스포츠 게임단 아쿠아를 선보인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앞서 SBS의 유희낙락에 이어 지상파TV의 게임 전문 프로그램 부활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편이다. 그러나 유희낙락이 50회 1주년을 맞는 것과 동시에 방영이 중단됨에 따라 이번 비긴어게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 심야 시간 편성 아쉬워

비긴어게임은 게임의 역사 및 정보를 전달하며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보려는 인포테인먼트 방송을 지향한다. 매주 토요일 새벽 0시 55분에 방영되며 8부작으로 제작된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이 만연한데, 이번 방송을 통해 이를 극복해 보려 한다는 게 비긴어게임 제작진의 설명이다. 게임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유쾌한 접근으로 시청자들의 인식과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며 함께 게임을 즐기고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6년 등장한 SBS의 유희낙락과 비교가 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앞서 SBS와 함께 유희낙락을 제작했으며 이를 통해 우수 게임 콘텐츠를 발굴 및 추천하는 것은 물론 건전 게임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유희낙락'은 예능과 게임을 결합한 방송 구성으로, 게임의 놀이문화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제작돼 왔다. 지난 2012년 SBS의 '게임쇼 즐거운세상'이 종료된 이후 4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지상파TV의 게임 전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희낙락은 지난 1월 50회 1주년을 맞는 동시 잠정 중단됐다. 당시 평창 동계 올림픽 시즌 기간과 맞물려 잠시 휴식기를 갖고 차후 새 시즌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희낙락의 1년 간 방송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예능적 요소를 통해 게임을 알리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홍보성 짙은 방송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접근성 떨어지는 새벽 시간대 편성도 큰 장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비긴어게임도 심야 새벽 시간 편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8부작 구성도 다소 짧게 느껴진다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

'비긴어게임' 출연진들

# 예능 프로그램서 늘어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SBS는 즐거운 게임쇼라는 프로그램을 500회에 걸쳐 10년간 방영했다. 그러나 방영시간이 토요일 새벽 2시로 접근성이 떨어져 0.2%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MBC도 2003년부터 3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줌인 게임천국을 132회 방영했고 KBS 역시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게임정보특급을 92회 방영하는 등 방송사의 게임 소재 프로그램 제작 시도가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게임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에 도전해왔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구색 갖추기로 끝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1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도된 유희낙락비긴어게임 모두 여전히 심야 새벽 시간대 편성돼 변한 게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반면 비긴어게임의 진행자 중 한명인 김희철은 게임 소재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청률이나 방송 편성 등에 대한 욕심보다는 차근차근 게임을 긍정적으로 알아가는 단계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프로그램들이 단순한 게임 소개의 밋밋한 구성이었다면 이제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청소년이나 일부 마니아 층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게임이 지금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다뤄지게 됐다.

게임을 내세우거나 접목시킨 방송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방증하고 있다.

엠넷은 관찰 예능에 게임을 접목시킨 걸그룹 리얼리티 프로그램 GOT YA! 공원소녀를 선보였다. 이 방송은 7인조 걸그룹 공원소녀(GWSN)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스튜디오의 진행자들이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를 활용한 MBC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도 방송사의 변화를 방증하고 있다. 이전까지 시도되지 않은 게임 판권(IP) 활용 사례로, 예능뿐만 아니라 게임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 제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니아는 공룡이 출현하는 가상의 땅으로 순간 이동된 인물들이 생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는 방식이다. 선택지가 제시되고 시청자들의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이야기 전개 방향이 결정되는 상호작용 요소가 도입됐다.

이 방송은 특히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재현되거나 기존 방송 문법을 탈피한 자막 사용 등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첫 회 4%대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최근 방송된 8회는 2%대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새로운 시도는 좋았으나 시청률 측면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tvN의 대탈출도 게임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오프라인 방탈출의 재미를 담아낸 이 방송은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의 정종연 PD와 강호동의 만남이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온라인이나 모바일게임은 아니지만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어가는 두뇌 싸움뿐만 아니라 이를 힘으로 깨부수는 쾌감 등이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 e스포츠+엔터테인먼트 新조류

가장 최근 등장한 비긴어게임은 액토즈소프트가 방송 제작을 지원한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액토즈소프트의 e스포츠 경기장 액토즈아레나를 스튜디오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게임 업체들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등이 e스포츠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중계가 이뤄졌다는 것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결합의 새로운 조류로 여겨지고 있다. e스포츠 프로그램이 제작되거나 선수들의 방송 활동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아이돌을 비롯한 기존 방송인들과 게임 간 접점도 기대가 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친숙한 연예인들이 게임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의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액토즈소프트가 액토즈스타즈 산하의 6인조 걸그룹 e스포츠 게임단 아쿠아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행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쿠아는 게임 방송 프로그램 및 액토즈 자체 제작 콘텐츠 등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프로듀싱팀 지그재그 노트와 작업한 음원 로그인을 발표하는 등 e스포츠 홍보와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라이엇게임즈가 '롤드컵' 결승전 무대에서 발표한 가상 아이돌 그룹 KDA의 음원 팝 스타즈가 음악 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새로운 성공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해당 음원은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 소연을 비롯해 미국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 자이라 번스 등이 참여했다. 

드라마를 통해 게임이 조명되는 사례도 늘어가는 추세다. 운빨로맨스 힘쎈여자 도봉순 등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드라마가 방영됐다는 것도 달라진 위상의 단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은 아직 제대로 시도되지도 않은 단계로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세대 간 격차 등이 만연한 현주소와 한계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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