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스타 개발자 양성해야

21세기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 있어 최고의 감독을 뽑아보자면, 감히 절반 이상의 퍼센테이지로 이 인물이 뽑힐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영국 출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놀란 감독은 1998년 첫 장편 영화 '미행'을 시작으로 2017년 '덩케르크'까지 총 10편의 장편, 4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이미 그는 자신의 네임벨류만으로 영화 제작 투자금을 모으고, 작품 흥행까지도 가능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21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놀란의 작품에 대해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놀란은 할리우드의 트렌드와는 다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유명세를 만들어 주고 있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가 CG와 카메라 기술을 활용한 눈속임을 통해 스케일을 키웠다면 놀란 감독은 CG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엑스트라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찍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터스텔라'에서도 촬영장을 별도로 제작해 360도 회전시켜버리는 등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줬다.

특히 영화 촬영에 있어 필수적인 장비인 카메라 부분에 있어서는 몇몇 감독과 더불어 필름 제작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은 경의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는 필수가 돼버린 컴퓨터 편집과 색 보정 등의 작업도 철저한 사전 준비와 콘티 구성, 촬영 등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놀란표 영화'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동일 문화콘텐츠 시장인 게임에 있어선 이런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색채를 만들어내고 있는 스타 게임 개발자가 어느 정도 있는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옆 동네인 일본만 보더라도 여러 유명 디렉터가 자신만의 게임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게임에 녹여내고 있다. '게임의 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야모토 시게루를 비롯해 '소닉' 시리즈를 개발한 나카 유지, '철권' 시리즈의 아버지인 하라다 카츠히로 등 유명 개발자를 어렵지 않게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어떤 상황인가? 손에 꼽는 몇몇 개발자들을 제외하곤 이미 현역 게임 개발자라는 이미지보단 한 기업의 대표, 경영진의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현재 닌텐도의 대표 전무 겸 정보개발본부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자'라는 인식이 강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 많은 업계 관계자나 유저들은 이미 국내에도 스타 개발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해외 개발자들과 비교해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게임 개발은 어떻게 보면 영화 제작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스탭들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지만, 결국 개발의 방향을 유도할 감독이라는 이름의 개발자의 영향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게임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 개발자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나는 결코 이것이 허황된 꿈이나,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게임 시장은 이미 충분히 성장했고,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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