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강서PC방 살인사건'을 놓고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이 다시 시작된 듯 하다. PC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게임은 단골메뉴처럼 그 원인으로 지목되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 국회의원은 얼마전 있었던 국정감사장에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며 질타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건 발생 이후 게임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게임과 각종 범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길은 아직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을 통해 폭력성이 커져서 살인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매우 작위적이며 지나친 끼워 맞추기 수사라는 것이다. 게임이 살인에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그의 성장 과정 등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도리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피해 망상에 몸부림치고 있던 그에게 게임은 위안의 도피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그를 분노케 한 여러 요인을 살펴봐야지, 단순히 PC방에서 게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을 그 사건의 주 원인으로 찾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자 허술한 주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그런 식으로 주장하게 되면 한쪽에서는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한,  기성세대들의 몰이해와 무지에서 게임을 바라본 결과라는 비난을 살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게임은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즐기는 대중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들이 터질때 마다 그 책임을 게임에 돌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억지논리다.

수많은 강력사건 뒤에는 여러가지 배경을 안고 있다.  단순 사건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게임을 지목한다면 과연 설득력이 있겠는가. 말 그대로 극단적 판단은 다름아닌 마냥사냥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점은 또다시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의 하나, 그 사건이 게임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에 필요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하지만 역대 큰 사건 가운데 게임 중독에 의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 지난 2007년 무려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동 사건의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사건의 주범 조승희에 대해 당시 1인칭 총싸움 게임인  '카운트 스트라이크'의 마니아이자 중독자라고 몰아 세웠지만, 정작 조승희는 게임을 즐기는 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미 FBI는 결론을 내렸다.

밀레니엄 시대의 사회상은 아주 복잡 미묘해 지고 있다. 이에따라 빚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컨대 남녀의 성별 조차도 둘이 아니라 넷 또는 여섯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더 지켜보는 게 맞다 할 것이다. 그 다음의 일은 그때 얘기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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