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고용불안이 원인…노동 안정 정책 마련돼야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 가도에 있던 게임산업은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게임업체들의 잇단 코스닥 상장과 높은 영업이익 창출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자 수출 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기술 강국이자 종주국으로 인정받았고 세계 게임산업의 리더였던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온라인 부문의 혁신에 대해서 만큼은 부러움을 샀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잘 구축된 인터넷 인프라와 국민들의 높은 인터넷 이용률은 온라인 게임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새로운 수익모델의 발굴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스마트폰 게임의 등장으로 세계 게임시장이 큰 변화를 겪으면서 급기야 2013년 게임시장 규모는 소폭이지만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주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말 게임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5개년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자들은 해외로 하나둘 씩 떠나고 있으며, 게임업체들의 해외 이전도 증가하고 있다. 왜 이들은 정부의 중장기 게임산업 진흥정책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굳이 조국을 떠나 해외로 향하는 것일까.

사실 필자의 주변에 있던 경력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이미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영국, 중국 등지로 취업을 하고자 떠나고 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각자의 갈길을 찾아 모국을 등지고 해외로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적 역량으로는 이미 해외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게임업계에서 훌륭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개발자들이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한 나머지 몇 명에게 개인적인 인터뷰를 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개인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해외로의 이주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 공통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유례없는 게임 산업 규제와 계속해서 제기되는 게임산업 규제 관련 법안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흉악한 사건만 터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게임 중독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2살 아이를 굶겨 죽인 아버지 사건도 게임 중독 때문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몰아갔고, 2015년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도 아무런 근거 없이 다수의 케이블 TV에서는 비전문가들이 나와 마치 게임 중독이 사건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주장했다. 최근 있었던 강서구 PC방 사건 역시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중독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들이 한국을 등지고 굳이 해외로 떠나가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둘째,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최근 게임 대기업은 물론, 중견 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사오정(45세면 정년)이라는 게임업계 유행어처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50~60세가 되어도 자유롭게 회사에 소속되어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30대만 되어도 관리자가 되어야 하고 40대엔 책임자가 되어 모든 책임을 감수해내야 한다.

도전과 실수가 언제나 용인되어야 하는 창의적인 개발자들에게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 풍부한 경력자로서의 자존감보다는 곧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크게 와닿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비정규직법의 유예와 노동개혁을 빌미로 저성과자로 찍히면 상시해고도 가능케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어찌 해외로 눈을 돌린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셋째, 2세 교육 문제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더 이상 희망이 없고 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니 부인(또는 남편)들도 기꺼이 타국행에 동의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아직도 너무나도 한국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떠나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아련하게 그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인재가 없으면 산업도 없다. 따라서 향후 게임산업 중장기 정책에는 단순한 개발비 지원이 아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사업, 게임업계의 노동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 노력과 더불어 정치의 정상화에 우선순위가 맞추어져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윤형섭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학교 게임대학장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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