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최근 ‘제9회 대중문화예술상’의 화관문화훈장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역대 최연소이자 아이돌 그룹의 첫 수상이기 때문에서다.

정부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것이 문화훈장이다. BTS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UN 연설 등을 통해 해외에서의 인기와 영향력을 입증했고, 훈장까지 받게 됐다.

아이돌 그룹의 첫 훈장 수여는 BTS뿐만 아니라 K팝 한류를 향한 칭찬이자 격려라 할 수 있다. 아이돌 문화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하는 상징이자 그간의 노고를 제도권으로부터 인정받은 것과 같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때문에 이 같은 이례적인 훈장 수여를 통해 게임 업계 현실을 비교하는 이도 적지 않다. 게임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명시되지 않아 문화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며 진흥은 커녕 중독 및 질병 등의 규제 강화만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킨 ‘배틀그라운드’는 판매량 5000만장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성과를 거둬 우리나라 게임의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배틀그라운드’에 앞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이 해외 시장에서 매년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계가 이 같은 수출 성과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셧다운제에 이어 중독 및 질병으로 규정하며 치료 기금을 징수하려는 것에서 정부가 게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을 통해 활약한 e스포츠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는 것도 쉽진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는 발언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e스포츠 역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수천만을 넘어 억단위가 지켜보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우리나라의 이름을 알렸어도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감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불법 프로그램(핵) 등 이제는 게임 내용까지 문제 삼고 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아이돌 문화의 팬사인회를 말하고 싶다. 팬사인회는 보통 앨범 한 장 당 추첨권 한 장을 구매해 응모하는 방식이며 이를 통해 당첨자가 선정된다.

팬사인회 주최 측이나 판매처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결국 인원이 한정된 가운데 당첨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 더 많은 앨범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인기 그룹의 경우 수십장 이상 수백만원 어치 앨범을 사고도 당첨이 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어떤 방식으로 추첨이 진행되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고 중복 응모가 가능하다는 말이 거의 전부다. 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구매심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판돈으로 밀어붙이는 도박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게임과 도박은 쉽게 연결 짓지만, 이 같은 팬사인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돌 문화에 몰두하는 10대 미성년자 비중이 상당한데, 안전장치도 없이 사행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과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감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엠넷을 통해 방송되는 ‘방문교사’도 예로 들고 싶다. 이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등 연예인이 찾아와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며 학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구성의 프로그램이다. 

성적 하위권의 학생은 열광하던 아이돌과의 만남을 계기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아이돌에 과몰입하느라 공부를 게을리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약적으로 예를 들긴 했으나, 이 같은 아이돌 문화 곳곳의 측면은 과몰입으로 인한 청소년 학업 방해,  확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거는 행위 등 게임 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배경이나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과 달리 아이돌 문화는 한류로 우리나라를 알린 공으로 훈장을 받으며 사뭇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중독 및 질병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과연 제도권의 칭찬과 격려가 언제 이뤄질지 의문스럽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반면 일각에선 산업의 근간이나 역사에 대해 무관심한 업계 스스로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너무 채찍만 들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임계에서도 BTS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당근이 필요하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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