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교육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절실

1583년 어느 날, 당시 병조판서를 지내고 있던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경연에서 선조(宣祖)에게 이렇게 청했다.

“군병 10만을 미리 길러 외침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10년이 지나지 않아 장차 토붕와해(土崩瓦解 :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산산이 깨어진다는 뜻으로, 사물(事物)이 여지없이 무너져 나가 손댈 수 없이 됨을 가리키는 말)의 화가 있을 것입니다.” -율곡행장(栗谷行狀), 1597년 중에서-

이후의 일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는 주변국가의 상황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은 안주하고 있을 만큼 태평성대가 아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규제와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려온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이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변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위기를 벗어나 일취월장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건국 이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새로운 정부 출범이 숨가쁘게 지나간 지금의 시점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업을 위축시키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을 바꿔야하며 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체질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율곡의 십만양병설과 같이 전 세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우수한 게임개발자들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의 중심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도와 함께 근본적으로 산업을 강건하게 부흥시킬 수 있는 기초다지기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게임교육계는 산업의 규모나 비전에 비해 크게 위축되어 있다.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보더라도 우수한 게임개발자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은 너무나 미미하다. 과거에는 그나마 ‘게임사관학교’나 ‘게임아카데미’와 같이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게임교육기관을 통해 실효성 있는 게임교육을 하고자 노력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정책의 부재와 미시적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임개발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지금은 아예 없어지거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차원에서 육성하겠다며 추진전략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인력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과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규 대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 산업의 부흥과 함께 인기학과로 급부상하며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 게임학과가 신설되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과정을 준비하지 못한 채 급하게 설립된 게임학과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교수진의 절대적인 부족과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커리큘럼으로 인한 업계의 외면으로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한 채 학과의 명칭을 바꾸거나 아예 사라진 학과들이 부지기수이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전 세계 게임시장을 호령하기 위해서는 K팝이나 한국영화와 같이 독자적인 색깔과 창의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콘텐츠 자체가 갖는 힘이 커져야만 이 전쟁터와 같은 게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콘텐츠의 힘이 커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육성되어야 한다. 산업의 성장과 함께 그에 걸맞은 개발인력 인프라도 동시에 성장해야만 한다. 누가 무엇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며 그 누구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은 조정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율곡의 타계 8년 후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인 참변을 당하게 되었다. 비록 당시 상황이 매우 복잡하여 율곡의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주변국가의 정세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선조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선의 백성들이 7년간 고초를 당했던 것이다.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시장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는 실력 있는 게임개발자들을 10만 아니 100만을 키워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가 밝다. 그 동안 게임 산업은 국제무대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제는 그것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게임개발인력을 육성하는데 사용해야할 때이다.

게임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정규대학과 게임전문교육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은 물론이며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대규모 게임사관학교의 부활도 절실히 요구된다. 수익을 목적으로 난립된 각종 게임아카데미에 대한 관리체계도 필요하며 게임업계와의 연결고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율곡의 주장처럼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도 ‘글로벌 게임개발자 10만양성’ 이 절실하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MTEC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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