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세설계 등 제대로 된 밑그림 없이 급조... 리모델링 하거나 재조성해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8월 2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e스포츠 명예의 전당 개관식을 진행했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사실상 날림공사로 만들어져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조성키로 하면서 제대로 된 고증 및 상세 설계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완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만들어진 명예의 전당의 경우 메뉴얼 구성 자체가 조잡한데다, 선수이름 및 영문 표기 등이 오자 투성인 것으로 드러나 지난 19일 열린 문체위 국감에서도 지적사항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정부 예산 등 약 19억원 들여 조성한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불과 개관 두달여 만에 재조성 또는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이란 운명에 처하게 됐다.

업계는 우선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조성을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원로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조성키로 했다면 먼저 관련 단체 뿐 아니라 업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등 여론을 집대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마치 급조하듯 명예의 전당의 밑그림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이 원로의 말에 따르면 이같은 속도전으로 인해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어떻게 만들고 구축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당성을 상실케 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도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에 앞서 e스포츠에 대한 역사 등 히스토리를 먼저 완성하고, 그 다음 절차로 상세설계에 들어가야 했는데, 그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몇몇 사람들이 모여 선수 등재 조건 등 선정 대상만 추려 온·오프라인에 소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명예의 전당이라기 보다는 과거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소개하는 프로필 공간 또는 사이트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게임계에는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런데 이를 산업계 전체의 축제의 장으로 이끌지 못한 채 특정 집단 및 단체의 행사로 축소해 버렸다"며 e스포츠 명예의 전당 조성의 실무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의 짧은 안목을 꼬집었다. 

e스포츠 산업을 위해 기여하고, 산업의 뿌리를 내리도록 한 인사들은 배제한 채, 선수 중심으로 명예의 전당을 꾸린 것도 넌센스에 가까운 어처구니 없는 처사란 지적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명예의 전당 뿐 아니라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도 선수 중심으로 꾸려놓지는 않는다"면서 "이는 명예의 전당이 상징하는 명예와 권위가 결코 선수들에게만 나오는 게 아니라  감독 , 프론트 등 스텝과 그들을 후원하는 팬들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이 이처럼 급조된 것은 e스포츠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e스포츠계를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중국 e스포츠계가 선점하려는 국제 e스포츠계의 발언 수위를 경계하기 위해 이같은 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e스포츠의 시작과 용어의 정의 등 e스포츠에 얽힌  히스토리에 대한 발굴 및 전시에 더 힘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실상은 오직 선수들만 가득 나열해 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대해 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정부와 한콘진이 이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나름 준비한 흔적이 없진 않지만 정작 중요한 부문을 간과함으로써 명예의 전당의 권위와 명예를 가볍게 하고 말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업계에 덕망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새 위원회를 구성해  명예의 전당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롭게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온·오프라인이 동시에 구축됐으며, 오프라인 명예의 전당은 지난 8월 21일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개관식을 갖고 공식 오픈했다.  

[더게임스 박기수 기자  daniel86@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