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 노릇하면서도 이곳저곳서 돌팔매…정부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하다

 과거 문화부 출입기자 시절, 당시, 임 병수국장(후에, 문화부 차관보)이 긴급히 차를 한잔 하자고 불렀다. 무슨 일이 터졌나 싶었지만, 그의 스타일이 늘 그랬다. 한참을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뜸금없이 문화부가 직제 개편을 추진하는 데, 핵심은 문화 콘텐츠 분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해당 국을 만들려 하는데 국의 명칭을 어찌 정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 고민 고민하다가, 문화산업국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문화부가 그동안 산업보다는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육성책을 마련해 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데다, 문화 콘텐츠 시대에 문화부가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만드는 신규 부서라는 점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가 껄껄 웃으며, 문화를 어떻게 산업과 견줄 수 있겠느냐며 난색을 보였다. 그리고 몇 개월 쯤 지나 문화부는 조직재편을 통해 문화산업국을 신설했다.

박 지원 장관(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달의 우수게임’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었다. 그는 상을 제정한 주관 부처의 장관이란 신분이기도 했지만,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될 자리에 까지 꼭 참석해 젊은 게임 개발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또 그들을 만날 때마다 게임산업에 대한 비전과 히스토리를 전문가 수준으로 말해,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어느날, 박 장관에게 어떻게 그처럼 게임 산업을 꿰뚫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부하 직원들이 만들어준 자료를 기회날 때마다 줄을 쳐 가며 읽는다고 했다. 순간, 그와 박장대소가 터졌음은 물론이다.

그 시기, 경제는 암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를 받던 때라 특히 그랬다. 정부는 이같은 시장 구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벤처와 콘텐츠 육성이었다. 한쪽은 정보통신을, 다른 한쪽은 문화산업을 겨냥한 산업 촉발책이었던 것이다. 그 같은 시도의 효과는 예상외로 빨리 나타났다.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럼으로써 일자리는 폭증했다.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사람들은 대기업 보다는 벤처기업, 또는 창업 기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경제가 돌아가자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은 IMF의 구제 금융에서 벗어나게 됐다. 게임은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 솔직히 정부가 직접적으로 도와준 것은 없었지만 잘 갖춰진 통신 인프라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진 벤처 진흥책은 큰 힘이 됐다. 때 마침 콘텐츠 정책을 맡고 있던 당시 정부 관리들의 열성도 게임이 엇나가지 않고 바른 궤도를 찾는데 도움이 됐다.

게임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한때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이를 잘 극복해 왔다. 그런 게임산업이 최근 1~2년 사이 맥을 놓은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명박 정부의 ‘대못박기’에 이어 박 근혜 정부의 방치에 가까운 나 몰라라 정책의 후유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 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오히려 더 확대되고 심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각에선 위기라는 말도 서슴치 않게 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지금 국민의 정부 시절, 닦아놓은 길에서 한 발자욱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내수도 수출 규모도 마찬가지다. 더 늘어나야 하는 데 고작 거기서 거기다. 여기에다 그 누구도 게임산업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정부 내 인사들이 없다. 임 병수, 유 진룡 같은 전문 관료(테크노크라트)들이 없고, 아무리 왔다가는 장관들이라고 할지라도 밑줄치며 공부하는 이들이 드물다. 그러다 보니 게임산업이 때 아니게 우리 사회의 계륵이 돼 버리고 있다.

게임계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더 심각하다. 한 게임연구 단체에서 조사 분석한 정부에 대한 정책 평가 자료에 따르면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게임계의 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거나 흉내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사실은 정부 관리들이 왜 현상적이고 과시적인 데 대해서만 목을 매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게임이 문화콘텐츠 수출 및 내수를 지배하는데 실제 정책으로 보여지는 건 늘 후순위라는 것이다. 정부 관료 그 어느 누구도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는 게임계의 어느 한 원로의 지적은 게임계가 지금 처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돌을 집어 연못에 던지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 문제를 제기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을 기다렸다는 듯, WHO측에서 코드를 마련할 경우 그대로 국내에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여성가족부가 모바일 셧다운제의 시행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며 게임계에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 등이 모두 게임을 하대하고, 게임계를 경원시 하는 데서 나온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적어도 게임계와 그 아이템을 관장하는 해당부처가 껄끄러웠으면 그처럼 고민없이 마음대로 내 뱉을 말은 아닌 것이다.

문화 교역 규모를 보면 게임 수출이 거의 압도적이다. 또 수출의 척도가 되는 문화 할인율은 엔터테인먼트 장르 가운데 게임이 최고 수준이며 , 지식산업의 핵심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코어는 다름아닌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장르의 게임이 지금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더 이상 늦어지기 전에 게임산업의 로드 맵을 다시 그려야 한다. 그에 앞서 계륵이라며 돌을 던지는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산업 정책도 이젠 좀 더 조밀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부유출을 줄일 수 있다. 게임이 망가지면 대한민국 문화 교역은 기댈 게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산업은 사람과 같다 하지 않던가. 애정을 보이면 끔틀대고, 그렇지 않으면 쉽사리 넋을 놔 버린다. 2000년초 게임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큰 애정을 표시하며 부양책을 써왔기 때문이다.

이 혼돈의 시기에 게임 부양책은 없을까. 개인적으로 문화부 내에 게임산업국을 신설하면 어떨까 싶다. 과거 문화산업국을 만들어 산업을 주도하고 육성했듯이 그렇게 해 보면 어떨까 한다.

게임산업도 이젠 덩치만큼의 대우를 받을 때가 됐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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