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포지티브방식 이제는 바꿔야…아케이드 살리기 등 인식변화 시급

'온라인게임 강국 코리아' 한때 우리 스스로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말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 게임산업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정부의 현실성 없는 규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게임강국'이 아니라 '게임규제 강국'인 것이다. 

이는 국가의 정책이 네거티브규제가 아니라 포지티브규제라는 큰 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을 정해 놓고 나머지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발전가능성을 보고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글로벌기업들이 견디다 못해 떠나가는 이유도 이런 저런 규제들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하면 동남아의 가난한 개발도상국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말레이시아는 매우 경쟁력 있는 국가다. 금융과 각종 정책적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기본이 네거티브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 말아야할 것들을 정해 놓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한다. 대신 국민들에게 큰 해를 끼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철저히 규제를 한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말레이시아의 국가경쟁력은 우리를 훨씬 뛰어넘는다. 지난 2015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경쟁력을 비교해봤을 때 우리가 말레이시아를 능가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싱가포르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말레이시아보다 못하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비교했을 때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많다. 

예를 들어 국가제도면에서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하고 뒤이어 말레이시아가 23위에 올라 있다면 우리나라는 무려 69위로 뒤쳐져 있다. 상품시장효율성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가 1위고 말레이시아가 6위인데 우리나라는 26위로 밀려나 있다. 금융시장 성숙도의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진다. 싱가포르 2위에 이어 말레이시아가 9위에 올라있는데 우리는 저 멀리 떨어져 87위에 머물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앞선 분야도 있다. 거시경제는 싱가포르가 12위, 말레이시아가 35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5위를 차지하고 있고 시장규모 역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35위와 26위에 그쳤지만 우리나라는 13위에 올라서 있다. 크게 봤을 때 우리나라가 더 앞서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말레이시아는 발전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 1등'인 제품을 몇개 가지고 있다고 해서 너무 안이하게 산업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와 자동차, 통신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가 세계에 내 놓을 우수상품은 많지 않다. 대기업에 수직계열화돼 있는 산업도 불안하다. 이래가지고는 미래가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 산업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다. 게임에 대한 정책방향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형뽑기방의 경품 지급기준을 종전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경품 지급 기준이 어느정도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등 현실화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에 대해서는 정부의 시각에 변함이 없다.   

지금은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이 우리 게임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 플랫폼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 아케이드게임이라는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산업의 기틀을 만들고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그들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업계는 그러한 공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듯 하다.  

우리 게임산업의 기틀을 다졌던 그들이 왜 이처럼 철저히 소외당하고 몰락했을까. 그 이유는 지난 2006년 발생한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게임기라기 보다는 성인오락기에 불과했던 이 게임기는 전국에 급속히 보급됐고 대로에 버젓이 자리를 잡고 성행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강력한 단속과 규제를 통해 아예 모든 아케이드게임산업을 뿌리채 뽑아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아케이드게임업계는 되살아나지 못하고 초토화됐다. 그나마 몇몇 업체들이 청소년게임을 개발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아예 문을 닫거나 우리나라를 떠나버렸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망가져있을 때 중국 등 경쟁국에서는 아케이드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그들은 기술력이 앞선 우리나라 제품들을 수입하기 보다는 기술을 이전받아서 자기들 손으로 게임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그나마 우리의 도움이 필요없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아케이드게임 글로벌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20%를 넘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이다. 또 가상현실(VR)게임기 등으로 연결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시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아케이드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에 대한 규제도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4차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3차, 2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포지티브규제정책이 계속될 경우 4차산업혁명의 미래도 없고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온 2, 3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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