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앱러빈 개발팀장 "대응 늦어지면 애플 iOS로의 이탈 가속화 할 것"

사진=이진석 앱러빈 한국사업 개발팀장

“구글 안드로이드 파편화는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구글은 애플보다 최신 기능 업데이트가 뒤처지는 것은 물론 수익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진석 앱러빈 한국 사업 개발팀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파편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현재는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대응이 늦어진다면 애플 iOS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지난 6월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파편화를 문제삼았다. 애플의 기기는 81%가 최신 소프트웨어 iOS 11로 업데이트된 반면 안드로이드의 8.0 및 8.1 ‘오레오’ OS 설치 비율은 5.7%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기준 오레오 OS 설치 비율은 14.6%를 기록했다. 증가세를 보이긴 했으나 여전히 애플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삼성, HTC, 소니 등 누구나 OS를 개발할 수 있는 오픈소스가 특징이다. 그러나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과정에서 속도 차이를 보이는 등 파편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85.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1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파편화가 안드로이드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구글이 다양한 기기 간에 일관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면 점유율 유지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는 스마트폰 OEM제조사 및 통신사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유저들은 기기마다 다양한 유저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구글의 가상현실(VR) 플랫폼 ‘데이드림’은 일부 기기만 지원된다. 또 모바일에서 작은 화면으로 다른 앱을 동시 볼 수 있는 ‘픽처-인-픽처(PIP)’ 모드도 ‘오레오’ 버전 OS에서만 작동한다. 앞서 언급했듯 오레오 OS 설치 기기가 15% 미만이라는 점에서 대다수의 유저가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구글은 또 지난 8월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P’의 ‘디지털 웰빙’ 기능을 발표했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행보를 비춰보면 실제 유저들이 해당 기능을 접할 때까지 몇 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애플이 iOS 12에서 자체 디지털 웰빙 기능(스크린 타임)을 발표했다. iOS 12는 지난 2013년 출시된 아이폰과 태블릿까지 지원하며 광범위한 유저풀을 형성했다는 평가다.

특히 iOS의 최신 OS 설치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결국 ‘디지털 웰빙’의 영향력은 애플이 구글을 앞지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 팀장은 해외에서는 안드로이드 자체의 파편화뿐만 아니라 앱마켓의 상황도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비롯해 다수의 업체들이 자체적인 앱 마켓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안드로이드 파편화는 개발자에게도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각기 다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버전을 고려해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서다.

트위터는 파편화로 인해 다수의 유저들이 이모지(그림문자)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자체적인 인앱 이모지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달 기준 안드로이드 OS 점유율.

 

안드로이드 진영은 개발자들의 수익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장 조사 업체 앱애니 조사에 따르면, iOS는 전 세계 앱 다운로드 30%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6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팀장은 개발자들이 제작에 흥미를 잃게 되고 최신 기능 접근이 어려운 현실에 유저들이 지치게 되면, 구글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이 데이터 프라이버시 확대를 비롯, 빠른 업데이트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이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핵심 기능을 쉽게 업데이트 가능한 앱으로 전환 및 분리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등 파편화 문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능이 개선된 앱을 사용하기 위해 OS 업데이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OS를 벤더에 특정한 코드로부터 분리하는 ‘프로젝트 트레블’을 발표했다. 그러나 원플러스 5T 등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8.1 버전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 팀장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파편화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파편화 문제를 해결할 생각인지는 의문”이라면서 “구글이 문제 해결이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인센티브는 거의 없지만 곧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iOS로 이동하여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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