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업계 허리가 사라졌다(상)…허리가 위태롭다

최근 게임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업계의 허리를 뒷받침하는 중견업체들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간의 매출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해 중소업체가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게임산업 정책 토론회에서도 국내 게임산업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할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본지에서는 업계 허리가 사라진 상황과 원인, 대책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3년 9조 7917억원, 2014년 9조 9706억원, 2015년 10조 7223억원, 2016년 10조 8945억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과 별개로 업계 매출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업계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이른바 빅3의 올 상반기 매출 총합은 3조 287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중견업체로 평가 받는 펄어비스, 컴투스, 웹젠, 위메이드 4개사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5929억원으로, 빅3 매출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 업체의 매출 수준을 감안하면 업계 매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다. 다수의 중소업체가 올 상반기 누적 매출로 200억원 미만의 성과를 거뒀다. 일례로 넥슨과 데브시스터즈의 상반기 누적 매출 차이는 1조 3571억원에 이르며, 넥슨과 웹젠은 1조 2631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로 인해 게임업체 수 역시 지난 2012년 1만 6000여 개에서, 2016년 1만 2000여 개로 대폭 감소했다. 아울러 시장이 고착화돼 신생업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힘든 환경이 됐고, 중소 업체들도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모습은 작품 흥행 부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수의 중소업체 작품들이 론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또 유명 판권(IP)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이를 활용하지 않은 중소업체의 작품들도 대형업체들의 신작 및 중국 작품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등 해외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도 거세져 국내 업체의 안방 사수도 힘들어졌다. 12일 기준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3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국 업체 서비스 및 퍼블리싱 작품은 총 10개로, 10개 중 3개는 중국산 작품인 것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대형 업체들의 작품들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나, 중소 업체의 경우 신작 흥행 실패가 보다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다수의 중소업체들이 장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소 상장업체 중 일부 향후 상장폐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게임산업 양극화 지적의 경우 어제 오늘 이뤄진 것이 아니라, 2000년대 후반부터 계속돼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상황은 점차 악화됐을 뿐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부 게임 산업 정책 평가 및 향후 정책방향 제시’ 토론회에서도 심재연 한국게임학회 상임이사는 게임 사업체 수 및 35세 이하 게임관련 종사자 수 감소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허리는 사라지고 대형 게임사와 소규모 게임사만 남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치열해진 게임시장 경쟁과 중국 업체들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은 커녕 국내 흥행마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이미 다수의 업계 종사자들이 게임산업을 떠났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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