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앞두고 IT 기업인들 대거 증인 채택 ...순진한건지 뭘 모르는 건지 그저 '답답'

 중국의 톱 여배우 판빙빙(范氷氷)이 최근 실종 아닌 실종 100여일 만에 자신의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알려왔다. 그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글에서 자신이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으며, 당국의 어떠한 조치에 대해서도 이의를 달지 않고 받아 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0여일 간 잠적했다 등장한 그의 첫 언급 치고는 가히 충격적이다. 더군다나 그는 대중스타다. 그런 그가 법적 조력 없이(?) 거의 연금 상태로 있었다가, 그런 과정에서 나온 조사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그의 입장문은 어디로 봐도 석연찮다. 그럼에도 현지의 표정은 그대로 받아 들이는 모습이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세무 당국이 판빙빙에 대해 이중 계약서 작성 및 수익 은닉 등 불법적인 자금조성 방법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에 따라 벌금 및 연체료로 약 8억8400만위안(약 1437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 정부가 판빙빙에 대해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처럼 엄청난 부정 축재 사건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태도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중국 정부는 제보에 의해 수사를 하게 됐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에서 표적 수사라는 입장을 거둬 들이기가 쉽지 않다.

즉, 판빙빙으로 상징되는 대중 스타를 통해 경종을 울림으로써 당과 정부가 깨끗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다른 한쪽으론 좀 잘 나간다고 우쭐해서 체제에 도전하게 되면 이렇게 혼이 난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부류의 인사를 솎아내기 위해 망신 전법을 구사한 셈이다.

위정자들이 흔히 쓰는 대증요법 가운데 하나가 망신주기다. 대상에 따라 남자들에겐 여성 또는 돈 문제를 엮거나,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판빙빙처럼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여자들에겐 개인 사 생활은 물론 일상의 사치성 및 학력 변조 여부 등을 들춰서 대중의 적으로 몰아간다.

특히 이같은 대증요법은 체제가 불안하거나, 또는 사회 기강이 흩틀어졌다 싶을 때 이를 바로 잡겠다는 구실로 자주 쓰였고, 개방된 체제의 나라보다는 어둔 구석이 상대적으로 많은, 폐쇄된 나라에서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완전히 열린 사회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아니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권력을 쥐려는 위정자들의 속성은 시대를 불문하고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중국 당국의 신흥 IT 재벌 텐센트의 마화텅(馬化謄) 회장의 사업 처리 방향도 관심사다. 현재 텐센트는 게임을 비롯한 기존 사업을 제외한 신규 사업 모두가 올스톱인 상태이다. 게임의 경우 새 판권 도입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각에선 사업처리 방향 뿐 아니라 마화텅의 징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외신들은 그럴 가능성에 대해 거의 제로 퍼센트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마화텅이 원하지 않게 괘심죄에 걸려 들었다 하더라도, 체제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면 굳이 그 기업인을 불러다 망신을 주거나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 정부와 당의 일관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IT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여러 설이  있다. 그의 최근 발언의 요지는 정부의 규제 강화책에 대한 업계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 것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그의 숙청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외신은 그럴 개연성에 대해 그렇게 높지 않게 보고 있다. 경제 현안은 경제로 풀어가지, 다른 것으로 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대중 예술인 판빙빙과 경제인 마화텅을 다루는 방식이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적어도 경제인에 대해서는 체제 문제가 아니면 망신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국내 IT기업의 대표격인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 엔씨소프트의 김 택진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 국감장 출석을 요구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선량들이 필요에 의해 나오라고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 국회가 경제인들을 국감장으로 불러 들여 연출한 것이라곤 엄한 호통과 뜸금없는 지적질 등 경제인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 외는 별로 보여준  게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3인의 경우 대체로 드러내 놓고 활동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그 때문에 불러낸 것이라고 한다면 또 수인사 정도를 하기위해 그럴 수 있겠다 하겠지만, 그동안 선량들이 보여준 행태를 비춰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솔직히, 이번에도 증인들을 상대로 큰 소리만 지르는 등 고압적인 장면만을 보여줄 참이면 당장 증인 채택을 거둬 들이라는 것이다. 논리는 없고 소리만 질러대는 국감장을 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IT 경제를 논하고 싶지 않다. 또 갈 길이 멀다며 그들을 살살 대하라고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 적어도 국감장에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렀으면 거기에 합당한 질의와 논리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백주 대낮에 사람을 100여일 씩이나 가둬 두고, 조사해 보니 그가 나쁜 짓을 했다더라 하는 나라에서 조차 경제인에 대해서는 망신을 주지 않는데, 명색이 선진국 대열에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추잡한 일이 빚어진다면 그건 국회 뿐 아니라 나라 망신이 아니겠는가.

경제 문제는 경제로 푸는 것이다.

덧붙이면, 왜 그렇게 기업인을 감싸고 도느냐고 묻고 싶을 수도 있겠다. 그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우리 IT 경제가 아주 딱해서 그렇다. 앞으로는 규제에 막혀 있고, 뒤로는 달려 나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마치 진퇴양난인 꼴이 지금 처해 있는 우리 IT 경제의 현주소다. 이러한 형편인데, 미래의 먹거리라고 불리는 4차 산업이 제대로 궤도에 오르겠는가. 게임은 이제 중국보다 못하게 됐다는 소리를 듣게 생겼다. 기업인들에게 몽니는 부려도 망신만큼은 주지 않는다는 중국 당국의 원칙은 대한민국 국회보다 한 수 위다.

[더게임스 모 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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