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13년 만에 영업이익 감소… ‘게임 총량 제한’까지 거론 되는 등 설상가상

중국 정부가 게임 서비스를 허가하는 판호 발급 중단 등 규제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텐센트와 같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대형 업체도 이 같은 판호 발급 지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사드 보복 등 한한령으로 우리 업체들의 판호 발급이 지연되며 중국 수출길이 막히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내수 시장 공략까지 제동이 걸리는 등 겹겹이 장벽이 쌓이게 됐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통제 배경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판호 발급 중단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도 불투명하다.

중국의 판호 문제로 우리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아 온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앞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대형 업체들도 판호 발급 지연으로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곤 했다.

텐센트와 같은 현지 최대 업체가 나서 퍼블리싱을 맡기로 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같은 히트작도 수출길이 가로막혔다. 중국 시장 개척 기회를 노리던 업체들의 기다림이 계속됐고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판호 발급 업무 선전부로

지난 4월에는 중국 공산당 중국위원회가 기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담당했던 판호 업무를 중앙선전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외자판호에 대한 승인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앙선전부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 기구로 공산당의 사상 및 노선의 선전교육계몽을 담당하고, 시진핑 주석의 핵심 부서라는 점에서 외자판호 준비 과정에 정치·외교적 색채가 입혀질 가능성이 클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한국관 명칭 사용이 재개되는 등 일련의 변화로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자판호 재개는 커녕 내자판호 발급까지 중단됨에 따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따라 수출길이 가로막힌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이 위축되고 경쟁이 과열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 게임 업체인 텐센트가 게임 사업 성과 부진에 따라 13년만에 분기 이익 감소세를 기록해 충격을 줬다. 판호 발급 지연 등 당국 규제 강화가 이번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한 736억위안(약 12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 2%씩 감소한 218억위안(약 3조 5545억원), 177억위안(약 2조 9123억원)에 그쳤다.

텐센트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국으로부터의 모바일게임 판호 발급이 일시 중단돼 신작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를 향한 당국의 규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모바일게임 ‘왕자영요’는 청소년 과몰입을 방지하는 이용시간 제한 조치를 받았다.

최근 ‘몬스터헌터 월드’가 정책 위반을 이유로 판매 중단됐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보다는 강성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또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 내용이 다수 담긴 ‘아동 및 청소년의 근시 예방과 통제 실행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해당 계획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이 제한되고, 온라인게임의 운영수량이 규제된다. 연령등급 기준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 및 청소년의 시력보호를 위시한 중국의 이번 발표는 수면권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운 우리의 셧다운제와 비교가 된다. 그러나 규제 부문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 신작 출시 차질 불가피

셧다운제의 경우 심야 시간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규제의 경우 심야시간 외에도, 12세 이하 유저의 경우 모바일 게임을 2시간 이상 지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용시간 제한 외에도 새 작품의 출시 개수가 제한되고, 연령 등급 기준이 강화되는 점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발표는 실질적인 중국 상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고생 과반수 이상이 근시라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실제 이번 발표에는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숙제의 양을 제한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국내 셧다운제가 게임 이용시간만을 제한한 것과는 대비된다.

이번 발표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우리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우선 기존 중국에 출시된 작품들의 사용량 및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중국 내 게임 매출의 경우 성인 유저들로부터 발생하는 만큼, 청소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규제 내용이 아니라, 판호 발급 재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자국 내 규제강화가 이뤄질 경우 중국 게임업체들이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게임업계의 안방 사수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외에도 규제를 통해 가파른 성장을 보이던 중국 게임 산업이 차츰 둔화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이득을 보지 않겠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050억위안(약 17조1958억원)을 기록했다.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당국의 규제 강화 및 둔화된 성장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6억달러(한화 약 6771억원)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 규모의 양극화 심화 우려도

텐센트는 과거 온라인게임 업체뿐만 아니라 최근 모바일 업체까지 우리나라 업체에 수천억원대 투자를 단행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 현지의 신작 론칭이 여의치 않게 됨에 따라 이 같은 해외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대안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규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호 발급 지연으로 신작 론칭 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이미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건실한 대형 업체들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장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매출원 확보가 시급한 중소 업체들은 장기전에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시장 개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업체들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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