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 중국 정권 눈치보는 한국 상황 답답

중국의 톱스타 여배우 판빙빙(范氷氷)이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지 1백여일이 넘어섰다. 지난 6월 2일 자신의 웨이보에 빈곤 아동을 위한 글을 남긴 이후 그녀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현재 그녀에 대한 여러 추측은 정부의 감금설에서 그녀의 망명설과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금도의 선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아주 이성적이라고 할 만큼 판빙빙에 대한 반응이 차갑다.

이에대해 주변에서는 이중 계약서로 인한 탈세 문제가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판빙빙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일부 관영 신문에서는 판빙빙의 높은 게런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이 기사의 작성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글의 요지는 판빙빙의 게런티가 턱없이 많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높은 게런티와 판빙빙의 실종사건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라진 마당에 뜬금없이 무슨 게런티의 많고 적음을 지적하느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를 놓고 보면 혹, 판빙빙의 실종사건과 중국 정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대증 요법이 맞닿아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공산 체제의 공안은 상당히 안정감을 준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중국 공안은 그렇게 호락 호락하지 않다. 그런 나라에서 대중의 톱스타라는 사람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정부가 지금 어떤 의도를 갖고 이같은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또 한가지는 판빙빙 실종 사건과는 아주 별개의 사안임에도 불구, 그 연장선상에서 읽혀지는 사건(?)은 텐센트의 경영실적 부진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 기업이다. 미국에 페이스북이란 기업이 있다면 중국에는 텐센트가 있다고 할 만큼 중국 기업을 대표해 왔다. 하지만 그 자부심에 흠집이 생겨 버렸다. 회사 창립 이후, 잠시 주춤했던 때를 제외하곤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텐센트가 지난 2분기 전체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한 178억6700만위안(약 2조9285억원)에 그치고 말았다. 이같은 성적은 지난 십 수년간에 걸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업계 뿐 아니라 당사자인 텐센트도 적지않이 당황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는 텐센트 2분기 이후의 실적에 대해서도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근거로 중국 정부의 게임규제를 꼽고 있다.

현지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규제 움직임에 대해 상당히 고강도로 밀도있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게임서비스에 필요한 ‘판호’ 관할이 정부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공산당 조직의 선전부로 넘어간 점이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않다. 이럴 경우 기업 실적보다는 당의 방침이 더 우선되고 , 경제보다는 인민정책이 더 강조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텐센트는 가히 피할 수 없는 직격탄을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또 하필이면 텐센트에 화살을 겨냥하고 있느냐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중국 현지에서도 이에 대해 여러 설이 나돌고 있으나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 가히 중국 산업 전체가 폭풍 전야의 처지에 놓인 꼴이 됐다. 예컨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한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시진평(習近平)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와 당이 조직적으로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 하다.  현지 정가에서도 상징적인 벤처 기업이 표적이 되고, 대중의 스타가 종적을 감춘 데 대해 그 연장선상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정부와 당은 이에대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게임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의 비행과 시력을 나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기사들이 관영 신문을 통해 잇달아 게재됐고, 연예계에 대해서는 과한 게런티와 탈세문제 그리고 복잡한 사생활 문제가 제기됐을 뿐이다.   

이를 종합하면 승승장구해 온 벤처 기업과 유명 연예인을 본보기로 해  부정부패 척결을 다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진핑 1인 체제에 대한 일부 세력의 도전을 차단하는 등 이석 이조의 효과를 거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같은 인민 대중을 향한 정치적 행위와 술수는 과거 장쩌민(江澤民)주석과 후진타오(胡錦淸)주석 때도 꾸준히 있어 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새롭다 할 수 없다.

2003년 중국의 샨다그룹은 한국게임 ‘미르의 전설 2’로 일약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엔 마화텅(馬化謄) 텐센트 그룹 회장보다 한참을 앞서 달리고 있는 천텐차오(陳天校)회장이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바로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 성장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의 기업인이었다. 그는 샨다를 재계의 '톱 5'에 속할 만큼 공을 들여 키워 나갔다. 하지만 그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그는 IP TV사업 등을 의욕적으로 펼쳐 나가면서 당과 정부의 눈총을 받게 된다. 샨다는 IPTV가 방송의 주권이 방송사(당)과 중계업자(정부)에 있는 게 아니라 시청자(인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화를 불러오게 된다. 끝내는 샨다의 경쟁자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텐센트에 톱의 자리를 내주고 그들 밑으로 내려 앉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텐센트가 과거 샨다의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역사는 멈추지 않고 돌고 돈다고 하더니 딱 그 모습이다.

그렇다면 판빙빙과 텐센트는 왜 때아니게 표적이 되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좀 더 판세를 지켜보면 드러날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판빙빙과 텐센트의 처지도 딱하지만, 오로지 중국 게임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 게임계의 실정도 딱하기는 매 한가지인 듯 하다. 그렇다고 텐센트만 좀 봐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또 이를 지켜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 경제는 또 어떠한가. 판빙빙 실종사건 등과 같은 기괴한 일들이 빚어지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저 이래저래 답답할 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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