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당장 시급한 현안 우선 해결

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규제에 집중하는 기관이라는 선입견이 깔려있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게임위는 게임이 이름에 들어간 유일한 공공기관으로 게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3대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재홍 숭실대학교 교수는 게임위의 수장으로 취임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달 9일 게임위의 호선 절차를 통해 선출된 이 위원장은 취임 한  달 만에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소통 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취임 소감을 밝히면서 이전 위원장들과 다른,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예고했다.

그동안 교수, 학회장으로 살다가 공공기관 위원장으로 발령받고 지금까지 해 온 발언을 되돌아보니 그간 철이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과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게임위를 합리적이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는 첫 소통 감담회에서 위원장 선출 이후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누구보다 게임계의 현안을 직접 보고 체험한 사람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상황과 조건 등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 인문학 전문가서 게임물 심의 기관 수장으로

이 신임 위원장은 고교 시절 문학도의 꿈을 꿔왔지만, 생업을 위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결국 문학도로서의 꿈을 버리지 못해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동경대 종합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 후 귀국한 그는 소설가로서 집필활동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우리 문화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차에 게임에 눈을 뜨게 됐다.

이 학회장은 그 후 게임에 대한 공학적 접근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에 나서며 2009년 게임 스토리텔링 연구: 게임구성의 4요소를 중심으로 라는 논문으로 숭실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스토리텔링부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게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그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게임학계에서 후학을 가르쳐 오면서 게임학의 인문학적 접근에 대한 전문화로 이어졌다. 서울게임대학 게임시나리오창작과와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로 이어지는 교수 커리어와 한국게임학회 이사, 부회장, 회장직을 이어서 수행하는 등 활발한 게임계 활동을 보여줬다.

그는 새롭게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게임위의 주요 업무이자 최대 현안을 5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실무 방점을 정해 최우선 과제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가 말하는 현안은 각각 등급분류와 게임 결제한도, 확률형 아이템, 블록체인 기술, 등급 사후관리 등 5개 부문이다. 먼저 등급분류에 있어서는 개발사 사전모의 설문 시스템 개발과 외부 전문가 중심 평가위원회 구성 등 현재 자체등급분류를 위한 표준안 구축행보를 진행 중임을 공개했다.

아울러 등급분류 회의록에 있어서는 투명공개를 기본으로 공정성 결여 우려에 따라 비공개할 경우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등급분류와 관련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비할 예정이지만 회의록의 경우 원문 공개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안부터 순차적 해결 나서

현재 게임 부문 규제 완화에 있어 최대 화두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결제한도 부문에 있어서 이 위원장은 향후 주무부처와 관련 협단체와의 협의진행을 중심으로 합리적 게임소비를 위한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 본인이 게임학회 업무를 보던 시절부터 합리적인 기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장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나는 성인 유저의 결제한도 규제 완화에 있어서는 게임학회 시절부터 성인의 합리적인 게임 소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사람이라며 하지만 제도의 도입 이유와 민간단체의 반응 등 민감함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업체 및 부처와 협의해 합리적인 지점을 도출해 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부문에 있어서는 부분 유료화에 따른 수익의존성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업계 자율방안 이외로 이용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엄격하고도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게임위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청소년 보호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자료에 기반을 둔 정책을 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는 업체가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하면서 심화된 문제라며 업계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한 사안의 경우는 유저 보호 차원에서 엄격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게임 내 블록체인 리펀드 부분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급분류 규정 분석, 정부 주무기관 협의, 실무검토 등을 통해 세밀하면서도 철저한 후속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이슈 자체가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주요한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게임위는 사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통에 기반을 둔 정책 펼칠 것

또 이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논란이 됐던 게임물 사후관리 이슈에 대해서도 두 가지 부문으로 나눠 전문적인 접근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먼저 선정적인 광고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조직을 늘리고 주무부처와도 주기적으로 협의해 유해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광고 자체가 게임물 심의와 다른 내용의 내용이 노출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와 광고 게시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삭제를 요청해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행성 게임장 이슈에 대해선 이미 주무부처와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간담회의 결과물로 단속 경찰관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행성 게임장의 경우 게임위가 가장 어렵게 가져가고 있는 숙제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단속 및 확산 예방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 위원장은 하반기 계획을 준비 중에 있으며, 업무 효율성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탄력적이고 능동적인 조직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과 가상 및 증강현실 분야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연구개발 사업과 개인·인디게임 개발자를 위한 등급분류 간소화 정보교류를 위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등을 하반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업무 체계 전환은 내년 초 공개를 목표로 해 게임위 내부 의견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여러 의견을 취합해 적용할 수 있는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엇보다 유저 보호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전 방안 구상안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게임위가 여러 방안에서 고군분투를 해 왔지만, 결정적으로 소통이 부족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신뢰받는 게임위를 만들기 위해 업계와 유저, 언론과의 주기적인 소통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위원장으로써 각오를 밝혔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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