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이재홍 위원장 사령탑 맡아…시대의 요구 반영한 소통과 변화 기대

게임에 대한 대표적인 규제는 등급을 정하는 일이다. 게임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면 청소년들은 폭력과 선정성, 그리고 사행성 등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연령대별로 게임의 등급을 정해서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등급에 대해 이용자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가지만 사업자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할 큰 산과 같은 통과의례다. 최악의 경우 등급을 받지 못할 경우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을 개발했는데 성인용 등급을 받게 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게임에 등급을 정해주는 기관은 업체들에게 늘 갑일 수 밖에 없다.

최근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모바일게임 등 오픈마켓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등급을 정하고 이 등급이 적정한 지에 대한 판단은 사후에 내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율등급은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아직 온라인게임과 콘솔게임 등은 자율등급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이들 장르도 자율적으로 등급을 정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자율등급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친 사행성과 폭력성, 선정성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관여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하고 있다. 게임등급업무는 지난 1990년대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맡아서 했다. 영화 등을 심의하는 영등위가 맡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고 2006년 발생한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그 해에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2013년 12월 지금의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바뀌었다.

최근 게임위의 새로운 위원장이 선출됐다. 게임학계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가르쳐온 이재홍 숭실대 교수가 제 3대 게임물관리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조직의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인 김기만 현 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발탁됐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수근 위원장과 백화종 위원장이 선출됐는데 공교롭게 모두 언론 출신이었다.

이후 출범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설기현 위원장에 이어 여명숙 위원장, 그리고 이재홍 위원장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교수 출신 비중이 높아졌다. 여 위원장과 이 위원장이 모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위를 이끌어온 수장 가운데 게임을 전문으로 한 인물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언론과 대학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게임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게임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전문가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누구보다 업계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점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게임을 가르치는 것과 산업 현장에서 만들어진 게임의 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이 위원장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은 그가 소통하는 위원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가 게임학회장을 역임하며 산업계와 많은 교류를 해 왔다는 점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얼마 전 가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건강한 게임생태계 마련 및 산업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합리적인 사고로 열심히 업무에 매진하겠다"며 "임기 3년 동안 게임업계와 유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위원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게임위가 업계 위에 군림하는 규제기관이 아니라 업계와 함께 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지원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위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외부의 정치권과 관련된 잡음도 있었다. 신임 위원장은 그에게 향하고 있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선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과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등급업무를 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너무 급격한 변화도 위험하겠지만 현상유지 또한 안이한 대응책에 불과하다. 이제 첫 발은 내딛은 이 위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친화력과 소통, 그리고 추진력을 잃지 않는다면 좋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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