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NTP'에서 회사 방침을 발표하는 권영식 넷마블대표

 

자율성 확대 및 집중 근무 성공적

출퇴근 시간 자유롭게 선택, 근무 풍경 달라져 … 일각선 업무 공백 등 부작용 우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한 달을 맞았다. 가장 먼저 적용된 300인 이상 업체들은 일찌감치 근무 시간 변화를 준비해왔고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업체들은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계기로 휴일 출근 및 야근 등을 최소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인력 충원 및 재배치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 특수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기준을 비롯해 실제 사례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이 부실해 혼란을 빚게 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또 일각에선 업체들이 대비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급작스런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개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주장이 제기했다.

지난달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을 우선으로 주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따라 엔씨소프트,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넥슨 등 300명 이상 규모의 게임업체들은 일찌감치 근로체계 변화를 준비해왔다.

게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24시간 서비스되는 것은 물론, 게임이 출시 일정에 따라 근무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노동시간 단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부터 과도한 업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관행처럼 여겨진 ‘크런치 모드’ 등이 논란이 됐고 이를 계기로 업무 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또 이 같이 사전 대비가 이뤄짐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 첫 달을 큰 문제없이 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3월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이는 월 기본 근로 시간 내에서 직원들 간 업무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10시~16시)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하루 5시간 이상 근무하되 개인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오후 4시에도 퇴근이 가능해졌다는 게 넷마블 측의 설명이다. 넷마블은 불가피하게 ‘사전 연장근로 신청’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간 시간(평일 22시~08시), 휴일은 물론 월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도 일체 금지했다.

# 넷마블 코어타임 외 '자유'

넷마블은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의 일환으로 이미 2017년부터 야근·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 도입, 종합건강검진 확대 등을 포함한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시행해왔다. 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행법은 임신 초기 12주 이내 및 임신 후기 36주 이후의 기간에 대해 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넷마블은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해 임신 전 기간 근로시간 2시간 단축제를 적용하는 등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적극 나섰다.

넥슨은 근로자 대표 및 위원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이는 월 기본근로시간(8시간 X 해당 월 평일 일수)을 기준으로 법에서 허용된 월 단위의 최대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넥슨은 우선 직원들 간 협업 시간을 보장할 조직별 '의무 근로시간대(코어 타임)'를 설정키로 했다. 또 해당 시간대 외에는 개인의 누적 근로시간과 요구에 따라 자유롭게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의무 근로 시간대는 1안(10:00~15:00)과 2안(11:00~16:00) 중 선택할 수 있다. 1안 선택자는 07:00~10:00 출근, 15:00~19:00 퇴근 가능하며 2안 선택자는 07:00~11:00 출근, 16:00~20:00 퇴근 가능하다.

넥슨은 주말·법정휴일 및 22시 이후 야간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다만 반드시 필요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사전신청 및 승인 후 근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정기간 장시간 근로 등으로 인해 월 최대 근로가능시간에 인접했을 때 구성원의 휴식 및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오프(OFF) 제도’도 신설했다. 이는 개인 연차휴가와 별도로 조직장 재량으로 전일·오전·오후 단위의 ‘오프’를 부여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 제도 정착 위한 복지확대

출근 후 8시간 30분이 경과되면 별도의 알람을 하고, 개인 근로시간 관리 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근로시간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도 했다.

넥슨은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옥 내 식당, 카페테리아, 피트니스 등 시설 운영 시간을 다양화하고 직원별 달라지는 출퇴근 시간에 대응하도록 셔틀버스 운영시간을 확대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 제도’를 도입했다. 인트라넷 시스템을 통해 07시부터 10시까지 시간 중에서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하루 최소 4시간부터 최대 10시간까지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오전 8시30분에서 10시30분 사이에 출근시간을 선택해 출근하고 일정 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퍼플 타임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발맞춰 일 근무시간을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0신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뉴 퍼플 타임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NHN은 이후 변경된 근무제도 정착을 지원하는 ‘딥 워크 캠페인’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는 강연 및 워크숍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또 업무에 필요한 수첩과 휴식에 도움을 주는 편백나무 마사지볼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매일 출근해서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고, 휴식이나 퇴근시에는 마사지볼을 이용, 긴장을 완화하는 등 일과 휴식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해 제공했다.

NHN 측은 “업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어진 시간에 몰입해 효율적으로 일함은 물론, 제대로 잘 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근무제 개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직원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웹젠이 도입한 ‘자율 출근제’ 등 업체들 간 명칭의 차이는 있으나 새로운 근무 제도의 핵심은 비슷한 모습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출근 시간을 정하고 이에 맞춰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NHN 딥워크 캠페인

 

# 제도권 의견 적극 반영해야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을 휴무로 하는 ‘놀금’ 제도를 도입해 비교가 되고 있다. 월요일 출근은 30분 늦게하고 금요일은 30분 빨리 퇴근토록 했으며 점심시간을 기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렸다.

카카오는 최근 GB-1타워와 H스퀘어로 분산된 판교 오피스 인력들이 새 사무실 알파돔타워 한곳으로 모이기도 했다. 사무실 이전과 함께 근무제도 개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근무 시간 조정을 통해 직원들의 자율성이 확대됐다는 점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올해 대형 업체들이 신작 론칭 일정을 잇따라 뒤로 미룬 것을 예로 들며 근무 환경 변화의 여파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막 단축 제도가 도입된 시기라는 점에서 부작용 등의 문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이후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게임업계와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등 업계 건의사항이 뒤늦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당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신작 게임 출시가 지연되기도 하지만 시행 후 근무 만족도나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 “다만,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고 24시간 서버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을 반영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기간 확대와 게임 개발 업무도 재량근로시간제에 해당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건의했다.

문화부는 게임뿐만 아니라 방송 및 영화 등 콘텐츠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업계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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