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등 자투리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모바일 게임

적거나 작은 단위의 조각을 뜻하는 ‘자투리’는 주로 나머지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가리킬 때에 쓰인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투리’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표현은 ‘자투리 시간’일 것이다.

하루 중 단 한 순간이라도 가치가 덜한 시간은 없기 때문에 ‘시간에 자투리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분명히 마음에 둔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을 사용해본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을 전후해 보내는 시간을 자투리 시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뜻대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 역시 자투리 시간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투리 시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통근시간이다. ‘OECD 성별 데이터 포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에 편도 기준 58분을 통근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26개국의 평균인 28분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높은 비율의 인구와 일자리가 집중되어 통근시간에 특히 많은 승객이 집중되는 수도권의 대중교통 사정을 고려하면, 한국인들은 거의 매일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자신의 뜻대로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 두 시간은 ‘자투리’라고 부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흐르는 시간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어왔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고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무엇을 하기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자투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바일 게임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하나는 게임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단순 재미를 위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이용시간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인 통근 시간대에 전 연령대에 걸쳐 높은 이용률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단 통근시간 뿐 아니라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 휴식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의 상황들이 자투리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데 게임이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조사 내 게임을 하게 되는 동기와 경험에 관한 문항 중 ‘나는 인내심 있게 줄을 잘 서서 기다리는 편인가’에 대해 응답자의 90.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표면적으로 이 문항은 게임 이용자들이 평소 인내심을 지니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겠지만,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가정해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것이라면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에 모바일 게임이 도움을 주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검색, 뉴스, 메일, 메시지, 쇼핑, 나아가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자투리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즉, 적거나 작은 단위일지언정, 자투리 시간은 더 이상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남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보내는 활동 그 자체를 위한 시간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의 의미가 달라진다면 게임을 하는 목적을 살필 때 사용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와 ‘단순 재미를 위해’라는 표현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통근시간, 사람들로 혼잡한 대중교통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통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내야하는 시간이지만, 짧지 않은 거리를 이동하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즐기는 게임은 그 시간과 거리를 즐거움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게임이 초대하는 즐거움의 세계는 ‘대충’의 뜻을 포함하고 있는 ‘때우다’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시간의 여러 구간들을 활기차게 만드는 풍요롭고 구체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게임이 선사하는 재미 역시 단순할 수 없다.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르만큼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 역시 다양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시간의 중요도를 새롭게 정의한다면, 게임은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셈이다. 일상의 여백에서 즐기는 게임이 갖는 의미가 이토록 크다면, 시간을 들여서 즐기는 게임은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강지웅 게임평론가 iamwoong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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