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콘텐츠경영연구소 공동기획(4-끝) - 종전과 다른 게임성 가장 큰 무기

위정현 중앙대 교수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출시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공이 그것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작년 9월 기존 최고 동시접속 게임인 ‘Dota2’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몇몇 작품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게임의 글로벌 진출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게임과의 경쟁 격화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더게임스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게임업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콘텐츠경영영구소와 공동으로 4회에 걸쳐 각계 전문가의 분석과 제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마지막 순서는 국산 게임의 글로벌 진출 현주소와 과제에 대해 위정현 중앙대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지난해 출시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의 글로벌 성공은 오랜 기간 기다려온 한국 게임산업의 낭보였다. 배틀그라운드는 작년 9월 동시접속자 수 134만명을 돌파하며, 기존 최고 동시접속 게임인 ‘Dota2’의 129만명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펍지측은 ‘스팀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로 당일 ‘카운터스트라이크’와 ‘도타2’의 동시접속자 수를 합한 수치를 크게 웃도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배그' 성공 통해 가능성 입증

검은사막도 2014년 12월 한국 출시 후 현재까지 940만명의 누적 가입자 수를 기록 중이다. 북미와 유럽 스팀 내 판매량은 올해 5월까지 120만장을 넘어섰으며 매출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게임의 글로벌 진출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한국게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5년 6.1%에서 2016년 5.7%로 감소했다. 한국 게임의 수출 증가율도 2011년도 48.1%, 2014년 9.5%에 비해 2016년에는 2.0%까지 하락했다. 이를 국가별로 나눠보면 중화권이 5.5%, 동남아가 2.8% 증가하였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작년 중화권 게임시장 성장률이 2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조한 수치이다.

더구나 사드(THAAD) 파동을 계기로 중국이 실질적으로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을 허용하지 않음에 따라 중국 시장의 신규 진출은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지금 한국 게임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진출에서 중요한 특징은 중국게임과의 경쟁 격화이다. 중국 게임이 강력한 경쟁자로, 나아가 한국 게임을 능가하는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2006년 필자의 연구에서 예측된 바 있다.

2006년의 연구에서 제시된 ‘한국과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 경쟁구도’에는 2004년에는 한국게임이 중국시장을 비롯, 아세안, 일본, 한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2006년에는 중국시장과 아세안 시장에서 경쟁관계로 돌입하고, 이후에는 일본과 한국시장에서도 경쟁에 돌입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게임과의 격차 심화

불행하게도 10여년 전의 예측은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중국게임은 경쟁자를 넘어 절대적인 시장 지배자가 되었다. 한국 게임의 부진이 사드로 인한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문제가 주요한 문제라고 하는 지적도 있지만 좋은 게임이라면 중국 유저들은 국경을 넘어 접속해 온다는 사실을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게임의 부진은 본질적으로 게임 퀄리티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작년 일본 시장에서 넷이즈의 ‘황야행동(荒野行動)’의 성공은 일본게임사는 물론 한국게임사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황야행동은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의 모방게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시장에는 먼저 진입해 원작게임으로 일본 유저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오히려 황야행동의 성공에 자극받아 뒤늦게 일본 시장에 진입한, 텐센트 자회사인 라이트스피드&퀀텀 스튜디오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짝퉁 취급을 받는 기묘한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게임사는 중국 시장에 막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조차 중국 게임이 이미 진입해 있다. 베트남의 최대 게임사인 비나 게임(VINA Game)은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로 인수되어 있다. 그리고 비나 게임의 주 역할은 중국 게임의 베트남 현지 퍼블리싱이다. 따라서 동남아 시장조차 한국 게임사의 진입은 용이하지 않을 전망이

다. 

최근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의 성공이 4N으로 불리는 메이저 게임사가 아닌 중견개발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존 게임과 다른 게임성의 혁신이다. 

#새로운 형태의 대안 마련 시급

지금 중국, 일본은 물론 글로벌 시장 전반에 유사게임이 넘치고 있다. 기존 지배적 게임의 수명이, 심지어 모바일게임의 수명주기조차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부의 균형(부정적 균형)’ 상태의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들어갈 때 한국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개별 게임이 아니라 집단적, 패키지적 진출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미 동남아나 남미 시장 등도 한국 게임의 개별적 진입에 대해 열광하던 시대는 지났다. 특히 글로벌 진출 역량이 제한된 중소개발사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따라서 중소개발사들이 ‘연합군’처럼 집단적으로 진출한다면 현지 퍼블리셔의 선택치와 관심을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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