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연고지를 두고 1950년 창단된 NFL(내셔널 풋볼 리그)의 프로미식축구팀 ‘포티나이너스(49ers)’는 오랫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포티나이너스의 구단명은 ‘49년도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1848년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강 근처에서 시작된 ‘골드러시(Gold Rush)’ 기간 중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었던 ‘샌프란시스코 49년 노다지꾼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목수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새크라멘토 강의 사금은 최초 발견한 사람들의 의지와는 달리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로 인해 1849년부터 본격화된 골드러시는 그 해 약 8만 명에 이르는 모험심 강한 젊은이들을 새크라멘토 강 유역으로 끌어들였고 1853년에는 그 수가 25만 명에 이르렀다.

일확천금의 꿈을 좇아 서부로 덜컹거리며 달리는 마차위에서 ‘오 수재너(Oh! Susanna)’를 부르던 포티나이너스들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게임시장의 거센 변화속의 게임개발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2007년 시작된 스마트폰 게임 열풍 속에서 수 없이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초기에 말 그대로 대박신화를 이룬 몇몇 게임개발사들에 대한 환상을 꿈꾸며 스마트폰 게임 시장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 퍼블리셔들의 생태계 장악과 중소개발사들의 발목을 잡는 수수료 정책 등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고난의 시대를 걷게 됐다.

모든 포티나이너스들이 캘리포니아에 가서 ‘한탕’을 쟁취한 것은 아니었다. 금을 찾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알거지가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당시 유행하던 “캘리포니아에서 한탕 하든지 망하든지(California or Bust)”라는 말이 이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시장으로 뛰어든 중소 개발사들 중 과연 꿈을 이룬 개발사가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필자의 귀에 들어오는 업계소식들 중 상당수가 문을 닫는 개발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투기꾼들과 더불어 온갖 부랑아와 무법자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된 골드러시 시절의 캘리포니아를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너무나도 힘들게 2010년대를 보낸 그들에게 요즘 새로운 새크라멘토에 대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근래 IT산업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VR시장에 대한 기대감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또 한 번의 골드러시가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2014년 오큘러스에 2조 5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시작된 VR열풍은 대부분의 대형 업체들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개발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열리던 그 때 보다 더 거대한 움직임으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덮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VR 시장은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황금을 가져다 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매장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노다지의 땅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금을 손에 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좀 더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전략을 수립해야할 시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서 좋은 게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게임은 재미있는 것이 생명이며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은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시켜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해야한다. 기술이 최고가 아니라 재미가 최고라는 점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열정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VR시장의 포티나이너스들이 원하는 만큼의 황금을 캘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최삼하 서강대학교 MTEC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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