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큰 기술 이슈는 누가 뭐라해도 가상현실(VR)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VR 관련 세미나와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 정부는 VR분야를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하고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합동으로 정책을 수립해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과기부는 VR산업 육성을 위해 내년까지 4050억원(정부 2790억원, 민간 126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VR 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연구개발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초기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도 소니와 세가를 필두로 게임, 엔터테인먼트, 성인용, 테마파크 등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VR기술은 이미 소개된 지 오래된 기술이지만, 그동안 국방, 제조 등 B2G와 B2B에만 국한돼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방송, 테마파크, 게임 등으로 확장되면서 VR의 다양한 활용이 시선을 끌고 있다. VR 게임 분야에서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와 밸브와 협력 중인 대만의 HTC, 일본의 소니가 선두에 나서고 있다.

VR과 더불어 증강현실(AR)도 방송과 교육 분야에서의 활용성이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연구개발(R&D)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VR 체험관이 전국적으로 2200여개나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HMD(Head Mounted Display)인 기어VR을 출시했고, VR 카메라 등을 시장에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VR에 관심을 두고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면, 중국은 거대한 소비 시장을 기반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파도를 만들기 위해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와 실험을 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 10만여개의 VR방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시범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VR에 대한 장밋빛 기대 뒤에는 과연 한국에서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 또한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VR방 사업은 2017년부터 사업에 대한 시도과 매장 론칭이 시작됐는데, 올해 들어서야 가까스로 매장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VR 비즈니스를 실험하려는데, 여러 가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VR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부처에서 모든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풀어야 한다. 이것만이 그동안 게임 분야에서 축적되어 온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다.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을 VR 비즈니스를 하기 좋은 나라로 인식하게 되면 더 많은 투자가 유입될 것이고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국방부 자문회의에 참석해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인공지능(AI)기술과 VR 기술을 국방에 적극 활용하여 디지털 정예 강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터넷과 IT기술 강국인 한국에서 당연히 그렇게 해서 비용도 줄이고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VR 시장이 생겨날까에 대한 우려도 이해는 되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 자에게만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미국, 일본, 중국은 더 많은 선점을 통해 더 앞서나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저함이 없이 과감한 의사결정과 구체적인 발전계획 제시가 필요하다.

[윤형섭 중국 길림애니메이션대학교 게임대학장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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