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게임뇌’라는 과학이론이 눈길을 끌었다. 이 이론은 게임이 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곧 사장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그 당시, 출시된 닌텐도의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의 흥행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기능성 게임인 이 작품을 통해 게임이 무조건 뇌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게임중독을 질병 코드로 분류키로 하고, 이를 제11차(ICD-11) 개정판에 올렸다. 개정판은 내년 5월 WHO 총회의 논의를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게임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각종 규제 등이 봇물 처럼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처지임에도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의 순기능을 역설할만한 어떠한 근거조차 마련치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게임업체 중 어느 곳도 닌텐도처럼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이유도 간단하다.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기능성 게임들도 정부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사행과 폭력, 중독성이 짙은 게임만을 찍어 내듯 내다 팔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같은 비즈니스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시스템, 그저 그런 디자인, 그리고 강도 높은 과금 모델만을 선보이며 유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일각에서 게임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은 그 어떤 문화 콘텐츠보다 대중성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높은 작품성을 기반으로 유저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한편, 인지 및 심리 치료 등 다양한 부문에 활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의 확장성을 통해 이같은  순기능의 역할을 살려볼 수는 없을까.

인간의 뇌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게임도 그 역할에서 일정부문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과학적 추론만 있을 뿐이다.

게임업계가 기능성 게임 등 공익성이 짙은 게임을 개발해 보급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니까 끄떡하면 게임을 부정적인 것과 연관지어 해석하려 드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게임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노력으로, 게임과 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할 것이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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