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회서 확정되면 파장 우려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 불가피할 듯…국제 공조 통한 적극적 대응 절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ICD-11 개정판에 게임장애(게임과몰입)를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국내외 게임업계가 당초 이 개정안의 내용이 부당하다며 크게 반발해 올해 세계 보건 총회 안건에서 ICD-11 논의가 제외 된지 두 달여 만에, 다시금 게임장애 질병분류 사안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ICD-11은 내년 5월 세계 보건 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며, 확정될 경우 2022년부터 게임장애는 질병으로 분류되게 된다.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산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WHO는 지난 5월 18일 ICD-11을 공개했다. 특히 공개된 내용 중 게임장애에 대한 부분이 논란을 사고 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게임장애는 중독성 행동 장애의 하위분류에 속하며 주요 특징으로 ▲게임을 다른 행동보다 우선시하고, 다른 활동을 미루게 되는 것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것 ▲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들어있다.

# 개정안 기습 상정에 당혹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분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ICD-11 초안 공개를 통해 게임장애의 질병 코드 분류 의사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올해 5월에도 ICD-11 논의가 이뤄지려 했으나 논란이 일자 안건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안건 제외소식이 알려진 지 두 달여 만에 기습적으로 ICD-11 최신판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업계는 물론, 의학계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며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학적으로 합의된 부분이 없다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환자의 범위 및 치료 방법 등이 임의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게임학회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정의, 원인, 증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의학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기에 많은 논란이 존재하며, 진단 기준이 약물 중독과 도박의 기준에 의존함으로써 도덕적 공황 상태를 불러와 대부분의 건전한 게임 활동을 하는 사람까지 환자로 분류될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단기적 영향 없지만 장기적 피해 불가피

일부에서는 내년 총회에서 게임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돼도 국내 게임시장의 경우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통계청이 2020년 한국질병코드(KCD) 개정에 ICD-11을 적용치 않을 것이라고 밝혀, 2025년까지는 국내시장이 게임장애 등재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에서는 이 같은 낙관적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하며, 결국 국내시장도 게임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될 경우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KCD에 게임장애가 포함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후에도 이를 유지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정부 기관이나 단체가 WHO의 질병코드 등재를 국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할 경우 정부 부처 등에서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워 규제에 준하는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내의 경우 WHO의 게임장애 질병분류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자체적으로 게임과몰입을 질병과 동일시 하려는 전례가 있었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가 게임과몰입현상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광고 등을 방영해 논란을 샀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돼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업계를 떠나거나 새로운 인재들이 외면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될 경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모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시장의 경우 국내업체만의 경쟁이 아닌 해외 각국과의 경쟁하고 있는데, 매출이 감소할 경우 작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게 돼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업체에 대해 매출의 일정부분을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며, 기존 규제조치도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전세계 협단체 힘 모아야

이에 따라 게임업계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록을 반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뜸해진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관련 토론회 및 성명서 발표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WHO의 ICD가 각국에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인 만큼, 꾸준한 대응에 나설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게임단체와 연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WHO가 특정 국가의 산하기관이 아닌 만큼, 개별적인 움직임으로는 파급력이 적어, 대세에 영향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결국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려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의 노력과 상관없이 결국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게 한 관계자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를 기치로 한 셧다운제만 해도 국내 게임시장의 대표적인 규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시장 악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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