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스타워즈’가 사행의 단초 불지펴…해외선 강력 규제 움직임

EA가 발매한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2'는 지난친 과금 징수로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게임 업체들의 주요 수익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국제 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게임 속에 구현되는 확률형 아이템이 지나친 사행성을 조장하는 도박이라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이 과소비를 유도하고 사행성이 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점차 구체화되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또 이를 준수하지 않는 업체들의 작품에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도박과 동일한 잣대로 게임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해외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지난해 발매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유저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 판권(IP)을 활용한 최신작으로 기대치가 높았다. 이 가운데 최소 4만원대 가격의 패키지 게임으로 발매됐고, 며칠 앞서 미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의 패키지가 8만원대로 판매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 가운데 원작에서 등장하는 유명 캐릭터 등은 일정 재화를 지불하고 잠금 해제해야만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과금 없이 캐릭터 구매에 필요한 재화를 수집하려면 수십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도록 설계해 유저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는 패키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플레이 과정에서의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과금을 유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다. 과거와 달리 패키지 게임도 이 같은 다양한 수익화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 작품은 지나친 과금 유도로 논란을 빚은 것이다.

미국 하와이서도 규제 법안 준비

당시 EA 측은 캐릭터 잠금 해제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의도라고 해명했고 이에 필요한 재화를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보상까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 가운데 콘텐츠 잠금 해제뿐만 아니라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카드’까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작품은 유저 간 대결이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였으나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 간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대형 게임 업체 중 하나인 EA의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급격히 고조되는 계기로 작용했고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방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미국 하와이 주의 하원의원 크리스 리는 ‘배틀프론트2’에 대해 ‘온라인 카지노’와 다름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비롯해 정신적이나 감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이들을 상대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법안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미성년층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 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게임의 다양한 과금 방식을 규제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전역서 규제 목소리 커져

그러나 ‘배틀프론트2’의 논란 이전부터 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논의가 진행됐다.

영국 도박 위원회는 'e스포츠와 소셜 카지노 게임의 가상 재화'라는 주제의 성명서를 통해 게임 아이템이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봤다. 때문에 도박 면허를 보유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영국에서는 정부 청원 페이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해 달라는 내용이 접수돼 지지를 받았다. 이에대해 영국 정부는 도박위원회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과 도박의 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함께 호주 빅토리아 주 도박 위원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도박과 유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다른 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방법을 찾아가기로 했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지난해 ‘배틀프론트2’의 논란 이후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할 것인지 검토를 거듭해왔다.

당시 코엔 긴스 법무장관은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구매해야 하는 것은 벨기에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확실하게 금지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앞서 피터 나에센 도박위원회 이사도 실력이 아닌 운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네덜란드 도박위원회도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의 중독성이나 과다 지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히 도박 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은 가상세계의 슬롯머신과 같다면서 젊은 학생들에게 도박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의 게임 등급 분류 심사를 담당하는 비영리 자율규제 단체 ESRB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알리는 새로운 이용등급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처에 나섰다.

이 가운데 애플은 앱스토어 심사 가이드라인에 뽑기를 비롯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을 명시해야 한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등 확률 공개 의무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인앱 결제 항목에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은 구매 결정 전 각 재화의 획득 확률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삽입했다. 또 임의의 가상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밸브는 최근 네덜란드 게임 협회의 지시에 따라 ‘도타2’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의 게임의 일부 내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는 네덜란드 도박관리 위원회 측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게임협회 측은 앞서 ‘도타2’ ‘피파18’ ‘배틀그라운드’ 등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제거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밸브는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네덜란드 게임 협회 측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한 재화를 거래하거나 양도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펍지 측은 ‘배틀그라운드’의 개인 간 거래를 삭제하는 등 당국의 지시를 수용했다.

네덜란드 게임협, 내용 수정 요구

그러나 이 같은 국가별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성에 대한 해석과 규제 방식이 제각각으로 혼재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과소비 및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인과관계에 대한 견해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 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게임이 도박물로 치부되는 것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규제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나 자칫 게임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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