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참가 뒷모습 씁쓸해 보여…안정적 직업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 e스포츠 대표단이 출국 했다. 그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대회에 참가하기까지 거쳐야 했던 난관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식 스포츠단체로 인정받지 못해 막판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고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연습하며 기약 없이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그 많은 어려울을 겪은 후에야 간신히 시범종목 대표선수로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때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직업을 물어보면 1등이 ‘프로게이머’ 였던 시절이 있었다. 의사도 변호사도 아니고 프로게이머라니, 학부모들은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청소년들의 꿈은 달랐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현실을 모르고 그저 꿈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차츰 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가면 장래의 꿈도 변하고 만다. 공무원이나 선생님이 그들의 미래 희망직업 1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아마 지금도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여전히 프로게이머일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왜 프로게이머를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10여년 전 여전히 ‘스타크래프트’가 최전성기를 누릴 때 우리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기억할 것이다. 그 말고도 많은 스타들이 있었지만 임요환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선수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였고 수십만의 팬을 거느린 인기인이었다. 지금도 많은 스타 프로게이머가 있지만 그가 최전성기를 누렸을 당시의 인기를 능가하는 선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1세대 프로게이머들의 나이도 이제 불혹을 바라보게 됐다. 80년 생인 임요환도 벌써 3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전성기는 10대라고 한다. 20대만 돼도 순발력이나 체력면에서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게이머의 조로현성은 심각할 정도다. 또 종목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도 한계다.

축구나 야구, 농구는 그 역사가 이미 100년이 넘었고 경기의 룰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은 길어야 10년이고 더 짧게 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선수를 거쳐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또 감독까지 10년 넘게 일을 한다고 해도 고작 30대 초반이면 더 이상 서 있을 자리가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게이머가 돼 보라고 권장하는 것은 청소년들을 실패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하며 정상에 올라간다 해도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운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e스포츠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겉은 화려하지만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e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산업 인프라도 게임을 중요한 문화콘텐츠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특히 유튜브나 인터넷방송 등 뉴미디어에서 게임은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 최근 한화그룹에서 e스포츠게임단을 창단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갖게 된다.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된다. 물론 아직도 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과 협회, 게임업계 등 모든 관계자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 뒤에 찾아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을 채택돼 치러질 예정이다. 그때는 우리 선수들의 처우와 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밝고 희망에 차 있었으면 좋겠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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