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정치 브로커들의 농단이란 의구심…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흔들기라면 곤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적폐 논란은 이를 정치 쟁점화해 이득을 챙겨보겠다는 일부 진영의 전술적 목표가 숨어 있다. 이들은 게임위가 제도권에서 사라지는 것 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 더 유익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게임위를 순화시켜 자기들 진영 쪽으로 기울게 하거나, 심의 자체를 무용지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같은 전략은 상당히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 게임위를 감싸야 할 처지에 있는 정부가 최근 때 아니게 일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아무개 게임 위원 해촉 문제를 들고 나선다든지, 정치권이 게임위의 위상 재정립 문제를 놓고 큰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는 일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적 논리로 게임위의 당면 문제를 풀어 나가려 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 산하 기관들이 정권의 구미에 맞춰 춤을 추다 된서리를 맞은 사례는 수도 없이 봐 왔다.

하지만 심의기관의 경우 그렇지가 않았다. 고무줄 심의 잣대로 논란을 빚은 적은 수없이 있어 왔지만 정권의 구미에 맞춰 조직을 맘대로 이쪽에서 떼다 저쪽에 붙이지는 않았다. 보편적인 사회 정서를 반영할 수 밖에 없는 기관의 태생적 한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비리 문제 등이 아니면 정치권에서 마저도 크게 문제 삼은 적은 없다.

일부 정치권 출신의 브로커들이 산업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게임위를 쥐고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특히 그 이면에는 게임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주변에서 꽤 설득력 있게 흘러 나오고 있다.

게임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여러 유형의 수익 모델이 있다. 하지만 일부 모델의 경우 도박이란 울타리에 들어가 있고,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이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게임위가 극력 저지하겠다는 것도 후자에 속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게임위에 대한 적폐 논란이 확률형 아이템 운용을 둘러싼 업계와 게임위의 파열음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같은 문제라면 당사자간 토론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풀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한 듯 하다. 마치 적대적 관계로 변질돼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과 결탁한 브로커들에 의해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어찌보면 무능한 게임산업협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무동력선과 같은 협회에다, 협회 일을 떠맡고 있는 상근직 회장이란 사람 또한 거의 두문불출하며 어둔 골방에 갇혀있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할 것이다. 과거 협회를 이끌어 온 회장들은 그래도 정치력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게임계가 정치권 인사들의 들락 거림이 시작되면서 상당히 정치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적폐란 것이 있다면 반드시 걷어내고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그 것은 또다른 적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2006년 그 여름, ‘바다 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직전, 전 국민의 도박장으로 변질된 오락실에 적색 신호를 보내며 우려를 나타낸 곳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런 게임을 내다파는 아케이드 게임업계였다. 이들은 일부 상품권 판매업체들의 상품권 남발을 우려하며,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강력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바람은 안타깝게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이랬다. 상품권을 통해 영화도 보고, 비디오도 보는 등 문화생활을 향유하게 되는데, 문제될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측의 기대 대로 상품권은 그런 식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그 것은 또다른 도박 형태의 종잣 돈이 됐고, 그 파장은 끝내 ‘바다 이야기 사태’로 이어졌던 것이다.

심의기관은 사회문화 현상을 거르는 여과 장치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정치권이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공간은 솔직히 없다. 막말로 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인다면 띁어 고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시콜콜 이래라 저래라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게임위가 외풍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것이 정권 차원이 아니라 , 시민 사회단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 알 수 없는 이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또 거기엔 일부 게임계 인사들도 한몫 거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보면 금전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면 그같이 흔드는 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그게 아니라면 지켜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직설하면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이는 행동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게임위에 쏟아지고 있는 심의 무용론 및 적폐 논란은 그런 측면에서 시대 흐름에 영합한 매우 작위적이고, 계산적인 문제 제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