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콘텐츠경연연구소 공동기획](2)…4차 혁명시대 정부 '마중물' 역할 중요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이 멈추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지표로 살펴보는 현실은 명백한 성장 정체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 12월 발표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약 10조원의 외형적인 규모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대비 감소하고 있고, 특히 우리가 강점을 보여왔던 온라인게임 시장이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글로벌 비중은 급격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임백서의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종사자 수도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2014년, 8만7000천명으로 조사된 전체 종사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7만4000명으로 2년 만에 약 15%의 큰 폭의 감소가 이루어졌다.

게임산업의 연도별 수출 규모 또한 정체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총 수출액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4조원으로, 전체 게임산업의 40%를 차지하는 전략적 수출산업으로 성장하였으나, 평균 30-40%의 고성장을 지속하던 2000년대의 호황기를 지나, 2012년 이후에는 연간 10% 미만의 성장율을 보이는 저성장의 시기로 진입한 상태이다.

또 다른 지표는, 투자의 감소다. 지난 1월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게임산업에의 투자는 전체 벤처투자의 10.7%를 차지하는 주력분야였으나, 2017년 결산 기준으로는 전체 투자액의 5.4%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투자 절대액 기준으로도, 2014년의 1700억원 대비, 2017년은 1100억원 규모로 급격한 투자규모의 축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산업 거시적인 상황으로는 성장률이 정체되고, 종사자 수는 감소하며, VC를 통한 투자도 줄어들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리니지 레볼루션, 리니지 M,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등으로 대표되는 스타 게임들의 시장 성과가 괄목할 만하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 전반의 성장정체와 더불어 아이디어 기반의 소규모 게임개발사들의 성공가능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보유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 개발투자 및 마케팅이 가능한 대기업형 게임사들 및 그들이 개발 혹은 서비스 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 타이틀의 시장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부익부 빈익빈형 쏠림 현상의 반증이다. 또한 이러한상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점차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 도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PC에서 모바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게임 기업들의 플랫폼 변환에 대한 대응력 확보 전략이나 속도 전략이 미흡했고,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이 효과적이지 못했음을 인정하자.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모바일 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변화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4차산업 혁명으로 이야기되는 강력한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가 다시 시작되었다. VR, AR 등의 새로운 플랫폼 영역은 물론이고,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등의 기술들이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 접목되어 게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게임의 필수요소로 도입되고 있다.

 게임기획이나 아트제작 지원 AI를 이용하여 게임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 하거나 제안하는 방식들이 이미 개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스피치AI, 비무AI 등을 적용하여, 게임의 인터랙션을 더욱 강화한 게임들이 서비스 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의 바탕에는 이용자 성향 및 행동패턴 파악, 매치메이킹 및 밸런스 효율화 등을 통해 맞춤형 게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빅데이터 기술들이 기본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한편, 게임 및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저작권 보호나 안전한 유통관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IoT 기반 센서네트워크 및 로봇, 드론 등의 하드웨어 기술을 이용한 온오프라인 연동을 통해, 게임의 미래형 BM이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 바야흐로 혁신적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게임개발과 서비스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는, '기술창의력(Technology Creativity : 새로운 기술들의 융합과 접목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 모델을 찾아내는 역량)'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 기술격차 해소 위한 노력 절실

우리 앞에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불균형적인 산업 생태계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이끌어 나갔던 혁신의 글로벌 리더십을 다시 한번 회복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한글과 거북선을 만들어 내었던 우리 민족의 '기술창의력' DNA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선도성과 사회적 적응력은 이러한 기회를 현실적 성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 한다. 

이를 위한 건강한 산업 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이미 역량과 재능을 확보한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시도와 의미있는 실패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 스타트업 및 중소 게임 개발업체들의 발굴 및 육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러한 중소형 게임사들이 '기술창의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접근성을 높여주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자원과 수준높은 기술자산들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보유한 풍부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기술역량의 장벽을 높여가는 대기업들에 비하여, 중소 게임업체들은 활용 가능한 기술분야 및 깊이가 제한적이고, 활용 역량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기업형 게임사들과 중소형 게임사들 간에 '기술격차(Technology Divide : 새로운 기술(및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기업간 접근역량 차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생겨나는 산업적 불평등)'가 발생하며, 이러한 기술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어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 정부와 기업 각자 역할 충실해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창의력 극대화 및 '기술격차 해소' 라는 새로운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산업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기술창의력 극대화를 위한 부처간 효율적 역할분담 및 협력강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게임을 콘텐츠창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범주로 보았다고 한다면, 이제 게임은 기술창의성을 포함하는 융합서비스의 범주로 보는 시야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과 콘텐츠가 중복, 혼재된 현재의 정책수립 및 집행체계는 부처간의 명확한 역할과 기능 재정의를 통해 구분, 정리 될 필요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분야에 대한 지식 및 경험들을 중소업체들과 공유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공유 및 협력이 공여받는 기업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인력이 제한적인 중소 게임업체들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분야별 연구역량 보유자 간의 협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의 대학, 연구소와의 R&D협력 중심 프로그램을 벗어나, 현장 맞춤형 학습 및 교육(대학), 분야별 전문가풀 구성 및 활용(민간), 고급 연구인력의 파견 협업 활성화(연구기관) 등의 현실적 실행안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협력 프로그램들이 잘 돌아가게 하기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목적에 맞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발굴 및 예산 투입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과 전문연구기관 간의 기술개방, 공유, 활용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나가는 가열찬 도전을 해 나가는 시기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전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을 우리의 기술창의력 DNA를 다시 한번 발휘하여, 4차 산업혁명의 큰 파도위에 올라탄, 새로운 세상의 주도자가 되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돼야 할 것이다.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Jeieskim@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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