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게임 개발에만 매달려…제도정비는 겉돌고 산업은 갈수록 황폐화

사실, 이젠 지난 얘기가 됐지만 게임계에서는 이번 만큼은 콘텐츠산업 진흥의 본산인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수장 자리는 게임계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간 정치권 출신의 인사들 또는 방송계의 인사들이 그 자리를 독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 규모에 따라 그 자리를 돌아가며 맡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방송 다음으로 그 몫이 돌아가야 한다면 뭐니뭐니 해도 게임이 아니겠느냐는 게임계의 자존감이 적지 않게 작용해 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인선 결과는 게임계의 예상을 또다시 어긋나게 했다. 그 것도 아주 낯선 인물로 인해 기대가 빗나갔다. 이에대해 일각에선 함량이 떨어지는 인물을 게임계가 민 탓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이번에 신임 원장으로 발탁된 그의 이력도 그렇게 내세울 것이 없다. 공연 기획사에서 대표를 맡아 왔고 , 모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해 온, 아주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게임계의 인사는 이번에도 발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업계에서 떠도는 한가지 소문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이를테면 게임계 인사는 그냥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고, 새 원장은 공연쪽 인사로 채워지게 될 것이란 의외의 낭설이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현재까지 새 원장에 대한 세평은 좋다고도, 그렇다고 나쁘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콘텐츠 산업계에선 다소 문외한의 이력이지만, 공연쪽에선 많이 알려져 있는 인사인데다, 그간 기업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새 원장의 이력 탓인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이 진흥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전의 정부의 문화부처 인사는 한마디로 낯섬 그 자체였다. 장관이란 자리는 정무직이니까 그렇다 손 치더라도, 부처의 주요 보직 인사들까지 문화 정책과는 거리가 먼 관리들로  채웠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은 어느 특정 인물이 문화 콘텐츠 산업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그런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당시에는 가히  파격 인사로만 받아 들여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부 관리야, 이곳에서 일하다 저곳으로 가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치가 않다는 것이다. 행정부도 이젠 상당히 전문화되고 있으며, 전공이 없으면 설땅이 좁아진다고 할 만큼 자신의 영역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에다 산업이란 옷을 입혀 새롭게 출발한 문화부의 역사는 가히 일천하다. 그 때문인지 그쪽 전문 관리들 역시 부처 내에서는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이전 정부에서는 그런 소중한 인재들을 상당수 잃었다. 원치 않게 옷을 벗거나, 전문 관료(테크노 크라트)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정권 내내 그들은 그렇게 변방에서 맴돌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원상태로 복원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그 속도는 매우 더디기만 하다. 또 그 적재적소의 인재들이 여전히 문밖으로 내 돌려 지는 등 겉돌고 있는 듯한 모습은 이전 정부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게임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산업이 제 궤도를 찾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수직적인 지원방안(기업에 직접적 수혜를 주는)과 수평적인 지원방안(기반 인프라 구축 및 규제 완화책)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정책적 효과(열매)를 나타낸다. 이 같은 정책구조는 정부 관리의 소신 뿐 아니라 경험적 혜안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없이는 거의 수행이 불가능하다. 한쪽만 바라보는 이는 그래서 결실을 얻어낼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그 한 쪽만 바라보는 이는 오로지 정부 돈만 쓰려하고, 또 다른 한 쪽만 바라보는 이는 목말라 하는 기업을 멍들게 만든다. 이를 균형있게 이끄는 힘은 산업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에서 나온다.

게임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가히 폭발적인 산업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계는 자리를 찾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정책이 너무 한쪽으로만 쏠려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쇠 구슬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한쪽으로 쏠리는 팽이의 파행과 그로 인해 지리멸렬해 지는 꼴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한사람, 이를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또 그 런 이가 없으니 처방전 또한 있을리가 있겠는가.

시장 부양책도 긴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업의 중심을 잡아줄 법안 정비가 시급한 과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이 무시되니까 산하 기관장 자리에서도 밀려나는 것이고, 정책 우선 순위에서도 후보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게임계에는 10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 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정책 우선 순위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각종 제도에서도 소외되지 않는 법안 정비를 서두르는 일이 게임계를 위한 더 긴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그 것이 게임계가 파행으로 걷지 않고, 제도권으로 올곧게 진입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 게임계 인사 뿐 아니라 게임산업 전문가들을 적극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시장 진단과 타이밍에 맞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게임계 안팎에는 그런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게임만 바라보고 왔지, 사람을 키우거나 우군들을 양성하는데는 힘을 기울이지 않은 까닭이다. 또 이렇게 세월만 보내자는 것인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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