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게임업계 합종연횡 뜨겁다(중) : 국내 대기업들…해외 업체 인수 움직임 활발

사진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또 해외의 공룡업체들과의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우리 업체들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텐센트, 액티비전블리자드, 슈퍼셀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업체들과 우리 업체들의 덩치는 수 조원의 매출 차이가 날 만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이를 단숨에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은 서로 손을 잡고 역량을 강화하는 사례를 늘려가며 힘을 기르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북미•유럽, 중국, 일본 등 빅마켓과의 격차는 여전히 쉽게 좁힐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며 우리 업체들이 주력하는 모바일게임 시장도 이미 해외 빅마켓과는 몇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업체 중 하나인 슈퍼셀이 내놓은 작품은 5개 남짓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매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중국의 텐센트 등의 매출은 20조원 이상에 달해 우리 전체 게임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빅3가 최근 조 단위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 전략적 투자 유치에 총력

모바일게임이 주목을 받고 전 세계 시장에서도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함에 따라 규모와 속도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공룡 기업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열세에 몰린 우리 업체들은 서로 손을 잡고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는 규모의 격차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보는 각 업체별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또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각자대표 남궁훈, 조계현)는 최근 텐센트, 넷마블, 액토즈소프트, 블루홀 등으로부터 1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자는 텐센트 500억원, 넷마블 500억원, 액토즈 200억원 등의 규모로 이뤄진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양질의 게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개발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이와 동반된 인수합병 및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등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코스닥 상장 행보를 본격화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분주한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이를 위해 20여개에 달하는 라인업을 준비 중이며 가상현실(VR) 및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캐릭터 브랜드 카카오프렌즈의 IP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개발 전문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설립했다. 또 앞서 설립한 VR 및 AR 등 신사업 전문 업체 카카오VX를 통해 골프를 중심으로 한 주요사업과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 상호 장점 결합해 시너지 ~

앞서 국내 업체들의 파트너십은 큰 기대를 모았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빅딜이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서로의 장점을 나눠가지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지분 교환은 이 같은 양사의 역량을 강화시킨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상호 지분교환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주식의 9.8%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주식 8.89%를 각각 확보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넥슨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넷마블과 서둘러 협력 관계를 맺었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서로를 위한 결단으로, 국내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게임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 같은 파트너십을 통해 ‘리니지’를 비롯한 주요 IP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론칭했고 수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레볼루션’이 모바일 MMORPG 대중화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는 엔씨소프트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까지 이례적인 흥행세를 기록하며 조 단위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도약의 속도를 낼 수 있는 M&A를 적극 모색 중이다.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특히 해외에서 엔씨소프트의 전략적 포지션과 성장성, 개발 부문에 도움되는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넥슨 일본 법인의 주식 1000만주를 팔아 약 35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이 가운데 2600억원을 NXC 벨기에에 출자했다는 점에서 유럽 지역 M&A 추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공격적인 M&A를 펼치며 규모를 키워온 업체로, 올해도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미국의 대화형 스토리텔링 게임 개발 업체인 픽셀베리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초이스’ ‘하이스쿨 스토리’ 등 캐주얼 게임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게임 개발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다는 점도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넥슨뿐만 아니라 다수의 게임 업체들이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가상화폐 업체를 상대로 한 투자 및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업체들은 이처럼 투자 및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새로운 도약 모색에 분주하다. 그러나 해외 업체들과의 격차가 크고 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좀처럼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카카오게임즈는 텐센트, 넷마블, 액토즈소프트 등으로 부터 14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사진은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 캐주얼 시장 진입 위해 잼시티 인수

넷마블도 지난 2015년 ‘쿠키 잼’ ‘판다 팝’ 등 퍼즐을 비롯한 캐주얼 장르의 흥행작을 다수 발굴한 잼시티(구 에스지앤)을 인수하는 등 서구권 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는 ‘마블 올스타 배틀’을 개발한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등 파트너십 확대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 가운데 최근 넷마블이 카카오게임즈에도 투자했다는 점에서 해외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와의 협업 사례도 늘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올해 모바일뿐만 아니라 스팀을 비롯한 PC 플랫폼 및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새롭게 도전할 스팀 및 콘솔 시장의 개발 역량을 강화할 개발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서다.

또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게임 업체들이 AI와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파트너십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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