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근로시간 단축 대응은…중소업체들 정부입만 쳐다보며 ‘전전긍긍’

 

오는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라 게임업체들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7월부터 당장 시행해야 하지만 300인 미만의 중소업체들은 2020년 1월부터시행되기 때문에 여유는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의 경우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추가인력 채용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7월 1일 시행되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을 우선 대상으로 종전 주당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300명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 해당되는 게임 업체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게임빌, 펄어비스, 웹젠, 스마일게이트, 블루홀,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 중견 업체들도 2020년 1월부터는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조정된다.

# 산업 특수성이 문제

게임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고심하는 이유는 게임산업의 특수성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서 일을 분산시킬 수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작 출시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를 앞둘 경우 필연적으로 근무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이슈가 급부상한 이후 IT업계에서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IT서비스산업협회(협회장 박진국)가 이사회를 열고 ‘IT서비스 산업’을 노동 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52시간 근무제 대응책’을 의결하기도 했는데,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업종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게임 서비스의 경우 게임 개발 부서와 라이브 서비스 부서 모두 시시각각 발생하는 장애와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데 근로시간을 고정해 놓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최근 게임업체들의 글로벌 서비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별 시차를 따질 경우 24시간 풀 가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국의 상황에 맞도록 서비스를 관리하려면 많은 인원이 상주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근무시간을 교대할 수 있는 추가 인력을 확보해 24시간 개발 및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적합한 인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의 경우 이 같은 인력 추가가 용이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은 더욱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리적인 근로 시간이 줄어들 경우 예기치 못한 서버 장애가 발생하거나 불법 핵 프로그램 등 문제가 터질 때 이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면서 “직원들의 삶의 질을 올리면서도 이러한 문제가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 탄력적 운용 통해 해법 찾아

이에 따라 게임업계는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선제적으로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선 넷마블,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은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집중적인 야근 및 휴일근무에 대한 '대체휴가제'를 신설한 데 이어 올 1월부터 ‘유연 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신규 론칭 및 테스트 등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근로시간 총 한도 내에서 한 주 근로시간은 늘리고, 다른 주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시간에 맞추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52시간 근로 단축을 염두에 둔 대책이다.

넷마블 역시 지난 13일부터 출·퇴근 시간을 임직원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전면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 시간제는 임직원이 한 달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직원간 업무 협업을 위한 코어 타임(10시~16시, 점심시간 1시간 포함)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오후 4시에도 퇴근이 가능해졌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8월부터 선택근무제인 ‘퍼플타임제’를 도입했다. 퍼플타임제는 오전 8시 30분에서 10시 30분 내 출근시간을 선택해 출근 이전 혹은 이른 퇴근 이후 시간을 육아·자기계발 등 직원 본인과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조직장에게 별도 보고나 승인 과정 없이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다음날 출근 시간을 직접 선택한 뒤 발송만 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른 게임업체들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개정 근로기준법 기준에 따라 개발, 서비스, 지원 등 직군별 업무 특성에 따른 '맞춤형 유연근무제'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여기에 불필요한 연장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고문화 개선, 효율적 근무환경 조성 등 조직문화 차원의 캠페인 및 리더 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웹젠의 경우도 내부에서 마련한 근무 환경 개선안을 내달부터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이 외 넥슨을 비롯해 펄어비스와 블루홀, 컴투스, 게임빌, 카카오게임즈 등도 내부적으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개정된 근로기준법 내용 및 향후 계획을 브리핑 하고 있다.

# 혁신적 개발 시스템에 관심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근무 환경 변화로 인해 게임업체들의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특히 해외 업체와의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게임 개발에 투입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싸움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스피드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혁신적인 개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빨리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것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읽고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출시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넷마블은 ‘스피드 경쟁력’이 아닌 한 템포 빠른 게임 공개와 론칭으로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가겠다는 계획을 NTP 행사를 통해 공표했고, 엔씨소프트는 비공개 프로젝트를 대거 준비하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넥슨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신작 라인업 확보로 게임 개발 속도에 뒤쳐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게임업계에 퍼져 있는 ‘과도한 업무 환경’이란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게임업계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모범사례를 정착시킨다면 ‘크런치 모드’라는 악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은 결국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로 대표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는데, 올해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으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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